-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로 인해 서울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전세가격은 10개월 넘게 오르는 등 전세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청약 대기수요 증가 등으로 전세수요는 늘어나는데 반해 올해는 입주물량마저 적어 전셋값 폭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주(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대비 0.04% 상승했다. 지난 0.02%보다 0.02%p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해 7월 이후 48주 연속 상승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매매시장은 안정화되고 있는 반면 기준금리 인하와 전세 물량 부족 등으로 역세권이나 학군 양호 지역 위주로 수요가 증가되며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59㎡ 전세가 지난달 14일 12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10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새 1억8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롯데캐슬 엠파이어' 전용 156㎡도 지난해 12월 10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20일에는 2억원이 오른 12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직주근접성이 좋은 종로구와 서대문구에서도 전세값이 최근 몇달새 1억~2억원 정도 올랐다. 종로구 평동 '경희궁자이3단지' 전용 85㎡는 지난해 12월 7억66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올 3월에는 이보다 2억1400만원 오른 9억8000만원에 계약됐다. 서대문구 합동 '충정로SK뷰' 전용 85㎡의 전셋값도 지난 2월 4억5000만원에서 최근들어 6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전셋값 상승은 정부의 잇단 규제정책과 코로나19 여파로 매매 대신 전세 연장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달 역대 최저수준의 입주물량을 보이는 등 연말까지 입주물량 감소세로 인해 전세시장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월 일시적으로 전국 입주물량이 주춤하는데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내집 마련보다는 임대차시장에 머무르려는 수요가 많아 당분간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이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세보다 월세를 전환하는 집주인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치솟는 전셋값 등 주택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전월세 신고제'를 비롯해 전세금을 인상률을 최대 5%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추진을 고수하고 있다.
전월세 신고제는 보증금 등 임대차계약에 대한 내용을 30일 안에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하는 게 골자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전월세 통계가 정확해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3월 마지막주 하락 전환한후 9주 만에 보합 전환됐다. 감정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보유세 기준일이 지나감에 따라 급매물 소진된 15억원 초과 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진정되고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