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급액 1조162억원…5월까지 누적액 4조4232억원고용보험 가입 15만5000명 늘어…제조업 9개월째 감소세50대·60세이상 24.7만명 증가…재정일자리 재개 덕분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에게 주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에 따른 실업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행정 통계로 본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62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을 넘긴 것은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이후 처음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요건이 바뀌어 1년전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지만 코로나 정국과 맞물려 불안감을 깊게 한다. 참고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업급여 지급액은 7587억원이었다.

    올들어 실업급여 지급액은 1월 7336억원, 2월 7819억원, 3월 8982억원, 4월 9933억원으로 오름세를 이어왔다. 보통 실업급여는 연말에 정년퇴직자와 계약 만료자가 쏟아지는 만큼 이듬해 1·2월 신청이 몰렸다가 취업시즌이 시작되는 3월부터 줄어든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실업자가 늘면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1~5월 누적액은 4조4232억원이다. 지난해 한해 동안 총지급액이 8조913억원이었는데 5개월만에 지난해의 55%를 넘겼다.

    지난달 실업급여 수혜자는 총 67만8000명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신청은 1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전에는 각각 50만3000명, 8만4000명이었다. 노동부는 신규 신청자 증가 말고도 지급 기간 연장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1인당 지급액 증가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고용통계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영세자영업자와 프리랜서, 건설일용직 노동자, 보험설계사와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실직은 확인이 어렵다. 지난달 실제 현장의 고용쇼크는 지표보다 더 컸을 거라는 얘기다.

    문제는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의뢰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소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실업급여 수급자 전망치는 최대 184만명에 달했다. 정부가 예상한 133만명보다 51만명이 더 많다. 추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난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실업급여 총지급액이 1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보험기금 예상 적립금 3조5000억원이 모두 소진될 수 있다는 경고다.

  • ▲ 일자리.ⓒ연합뉴스
    ▲ 일자리.ⓒ연합뉴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382만명이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5만5000명(1.1%) 늘었다. 지난해 12월 42만8000명, 올 1월 37만5000명, 2월 37만6000명, 3월 25만3000명, 4월 16만3000명에 이어 증가폭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둔화 폭이 다소 주춤한 것이 위안이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은 지난달 94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9만4000명(2.1%) 증가했다. 서비스업중 보건복지(10만명)와 공공행정(4만3000명)이 증가를 견인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지연됐던 정부 일자리사업이 비대면·야외작업을 중심으로 재개된데 따른 효과로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미뤄졌던 개학이 단계적으로 이뤄진 것도 서비스업 고용 충격 완화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호텔·음식점업 등 숙박·음식업분야는 3000명, 여행업을 포함한 사업서비스업은 2만6000명 각각 줄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졌다. 도·소매업도 증가 폭이 8000명에 그쳤다. 전달 증가 폭은 1만4000명이었다.

    특히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은 가입자 수가 352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4000명(1.5%)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 2월 2만7000명, 3월 3만1000명, 4월 4만명 등으로 감소 폭도 더 커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전자통신에서 가입자가 9000명, 1만2000명 각각 줄면서 감소 폭이 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소비, 수출이 위축된 결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어 감소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나이별로는 40대(3만2000명)와 50대(10만6000명), 60대 이상(14만1000명) 늘었다. 재정을 투입하는 노인 일자리 재개가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29세 이하(-6만3000명)와 30대(-6만2000명)는 감소했다.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연기로 청년 취업 문이 막힌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