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미래먹거리 역할 변화 꾀했으나 원점 산은 수장 최초 연임할까… 신뢰·연속성이 문제 최초 연임 어렵다면 유임 가능성도 '솔솔'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2017년 9월 11일 취임해 3년 임기를 꼬박 채우게 됐다. 이 회장은 역대 산은 회장 중 최초로 '연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소방수'로 등판해 40조원에 달하는 기간산업안정자금 가동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안정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이달말 딜 클로징을 앞뒀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협상 파트너가 바뀌는 데 대한 부담감도 감지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을 대체할 인물로 정부와 손발이 맞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산은 역할 변화 꾀했으나 다시 원점 

    이 회장은 임기 내내 구조조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칙주의자로 잘 알려진 그는 금호타이어, 한국GM, 성동조선, STX조선 구조조정 과정서 '독자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원만하게 대처했다는 평이다. 

    금호그룹 구조조정은 과거 채권단이 기업에 끌려다니는 모습에서 벗어나 원칙적으로 대응해 과거를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자신감을 보였던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임기내 마무리가 어려워졌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상황이 복잡하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 악화도 있으나 계약 체결 후 반년이 지나도록 HDC현대산업개발의 미온적 태도에도 매각 불발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재매각이나, 분리매각 방안도 있으나 당장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댈만한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KDB아시아나항공이 나올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에 쏠린 산은의 역할을 혁신성장과 산은의 경쟁력 강화. 즉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배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조직개편을 단행해 구조조정 부문을 축소하고 혁신성장본부를 부문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시 산은의 본업인 구조조정 업무를 떠안게 됐다. 최근에는 두산중공업을 지원하는 과정서 "구조조정 기업을 위한 '병상'을 많이 비워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산은 수장 최초 연임할까… 신뢰·연속성이 문제   

    이 회장은 학자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시절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관가에 첫 발을 딛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차례로 지냈다.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 참여해 경제정책을 함께 꾸렸다. 이후,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산은 회장에 취임하게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 회장은 "저는 전문성을 갖춰 낙하산이 아니다"면서 "정권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과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것은 다르다"고 정면돌파했다. 

    지금껏 산은 회장이 연임한 사례는 없었다. 오히려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임기를 다 채운 인물도 드문 편이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면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회장의 연임 사례가 없으나 유임 카드가 있어 정부가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신임 회장 선임시기를 구조조정이 매조지되는 시점까지 미뤄 유임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회장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연임하지 않더라도 다른 굵직한 자리로 이동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책은행 수장들이 줄곧 꿰찼던 은행연합회 자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