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제도도입 이래 최저 인상률… 외환위기 때보다 낮아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 0.3~6.1% 제시… 최종 인상안도 내놔자정부터 차수 변경 심의… 민주노총 불참·한국노총 집단퇴장
  • ▲ 의사봉 두드리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연합뉴스
    ▲ 의사봉 두드리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연합뉴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8720원(월급 환산 182만248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5% 올랐다.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2021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8720원으로 심의,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30원 오른 금액이다.

    이날 의결한 최저임금은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음 달 5일까지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래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16.4%로 급격히 올랐던 2017년에도 경영계가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노동부 장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무의에 그쳤다.
  • ▲ 의사봉 두드리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연합뉴스

    최저임금위는 전날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막바지 조율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8명, 공익위원 9명 등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경영계의 삭감 요구에 반발해 불참했다. 사용자위원 중에선 박복규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금은 위기의 시대이고 고통의 시기"라며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 최저임금 안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에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인하 등의 문제이지 최저임금 문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사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으로 올해보다 0.3~6.1% 오른 8620∼9110원을 제시했다. 공익위원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되는 가운데 당시도 최저임금이 동결된 사례는 없다. 외환위기 때인 1988년과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심의에서 최저임금은 각각 2.7%와 2.75% 올랐다.

    노동계는 지난 1일 4차 회의에서 올해보다 16.4% 오른 1만원, 경영계는 2.1% 깎은  8410원을 각각 최초 요구안으로 내놨었다. 지난 9일 열린 6차 회의에선 1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올해보다 9.8% 오른 9430원, 경영계는 1.0% 내린 8500원을 각각 제시했다.

    위원회는 13일 자정부터 차수를 제9차로 바꿔 심의를 이어갔다.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공익위원은 노사 양측에 1.5%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2.87%보다 1.37%포인트(P) 낮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위원회는 공익위원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했다. 표결에는 공익위원 9명 전원과 사용자위원 7명이 참여했다.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2명은 공익위원 안에 반발해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