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스토어서 고가 가전 판매 후 해당 몰 폐쇄싸게 제품 내놓은 뒤 직접 입금 유도… 수법도 점점 고도화사기꾼 입점 사실상 방치… 퇴출 시켜도 법인 바꿔 다시 입점
  • ▲ 최근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서 사기 논란에 휘말렸던 한 판매몰의 이벤트.
    ▲ 최근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서 사기 논란에 휘말렸던 한 판매몰의 이벤트.
    “고객님, 네이버스토어에서 철수할 예정이라 카드결제가 취소되니 구매를 원하시면 직접 우리 쪽으로 결제해주셔야 합니다.”

    최근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 입점된 A사가 가전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안내한 메시지다. 그리고 실제 A사는 며칠 사이에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 입점된 몰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메시지에 따라 입금한 고객에게 제품은 배송되지 않았다. 네이버 측도 자사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은 이상 배상의 의무가 없다. 

    최근 오픈마켓에서 성행하는 사기꾼의 수법 중 일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e커머스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를 노린 사기꾼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오픈마켓은 속수무책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마켓에서 당당하게 사기를 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판매자가 오픈마켓의 결제 시스템 대신 직접 송금을 유도하는 형태의 사기는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더욱 교묘하게 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개별 제품당 단가가 높은 대형가전이 주로 타겟이다. 코로나19로 오픈마켓의 이용률이 높아진데다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에 대한 환급 정책으로 가전 수요가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 본격적인 무더위에 구매가 늘어나는 에어컨 등 냉방가전도 주요 타겟이다. 

    최근 네이버스마트스토어의 A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190만원대의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99만원에 프로모션 판매한다고 고객을 끌어 모은 케이스다. 전례 없는 반값할인을 의심하는 고객에게는 “고소조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인증 공식판매자라는 라벨도 붙어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인증은 모두 도용이었고 A사로부터 상품을 받은 소비자는 전무했다. 

    이런 사례는 최근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뿐아니다. 옥션·G마켓, 11번가까지도 비슷한 형태의 사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카카오톡의 대화명을 해당 오픈마켓 고객센터로 위장하는 치밀함도 보이고 있다. 개별 입금은 물론 무단 도용한 사업자번호로 운영되는 별도의 쇼핑몰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매장 위치를 안내해준 뒤 예약금을 걸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당연히 해당 매장은 판매자와 무관한 곳이다.

    오픈마켓의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있었던 사기 수법이지만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라며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판매자를 즉시 퇴출하지만 교묘하게 법인만 바꿔 다시 입점하는 등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기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오픈마켓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은 거의 없다. 오픈마켓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판매자와 구매자, 개인간의 문제가 되는 탓이다. 오픈마켓에 사기꾼이 성행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일각에서는 오픈마켓이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 제품을 늘리기 위해 판매자의 영입에만 노력할 뿐, 사전 검증이나 판매 모니터링을 소홀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이 사업체만 가지고 있다면 진입장벽 없이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범죄행위로 보인다”며 “오픈마켓 브랜드를 보고 검증된 판매자라고 믿었는데 사기였다고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황당할 노릇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부 오픈마켓은 내부적으로도 입점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런 사기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입점 조건을 까다롭게 할 경우 자칫 진입장벽이 생겨 경쟁사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결국 당분간 오픈마켓을 둘러싼 사기행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질 전망이다. 이런 사기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홈텍스에서 사업자번호를 조회하거나 판매자 주소지에 영업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판매자가 오픈마켓 외의 직거래를 유도하는 경우에는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판매 중인 제품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오픈마켓 내 거래라면 보호받을 수 있으니 직접 입금 등의 제안을 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오픈마켓 내부적으로도 사기꾼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사기꾼의 입점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조만간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