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한화이글스 팬, 공감대 있다면 ‘의리’ 챙기기IMF 당시 기업매각·희망퇴직으로 회사 떠나는 이들에 자필편지이라크 현장서 구슬땀 흘리는 임직원 위해 직접 광어회 배달
  • ▲ 김승연 한화 회장. ⓒ한화
    ▲ 김승연 한화 회장. ⓒ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이명(異名)은 ‘의리왕’이다. 경영 스타일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의리’와 ‘신의’를 지키는 인간적 면모를 자주 보이고 있어서다. 그는 ‘내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내부 임직원이나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 팬 등을 챙기고 돌보는데 여념이 없다.

    김 회장은 1981년 한국화약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현재까지 40년간 임직원에 ‘자필서명’이 담긴 편지를 종종 보내고 있다. 연말연초 연하장이나 우수 임직원 등에게 본인이 직접 서명한 축하글을 전하고 있다.

    1998년 IMF 당시 기업매각·희망퇴직 등으로 부득이하게 회사를 떠나는 임직원에 보냈던 글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승연 회장은 “지난날 같은 깃발 아래 한솥밥을 먹던 소중한 인연을 되새기고자 이렇게 소식을 전합니다. 전직 사우들의 사랑과 성원 덕분에 회사가 어려움을 이기고 새 출발을 맞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친필 편지 5000여통을 보내기도 했다.

    그의 의리 행보의 또다른 사례는 ‘광어회’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한화건설 이라크 공사현장에서 회를 먹고 싶어하는 직원을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비행기에 실어 직접 방문했다.

    이라크의 당시 상황은 내전 위험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임직원을 위해 이라크를 찾았다. 또 임직원과 회를 함께 먹던 도중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 자리에 참석한 600여명 모두와 각각 촬영을 하기도 했다.

    임직원의 생계를 ‘의리’로 챙겨주기도 한다. 과거 서울프라자호텔이 리모델링으로 3개월간 문을 닫아 영업을 하지 않을 때 모든 직원에게 통큰 ‘유급휴가’를 줬다. 아울러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에 매각할 때 100% 고용승계를 약속 받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이글스 팬들도 임직원처럼 챙긴다. 2018년 한화이글스가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김 회장은 경기장을 팬들을 위해 1만3000여 송이의 장미꽃을 응원석에 준비시켰다. 기업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같은 야구팀을 응원한다는 공감대 만으로도 ‘의리’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의리를 중시하는 경영방식으로 한화그룹 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만들었다”며 “호탕한 성격과 의리와 신의를 지키는 그의 경영스타일은 가풍으로 자리잡아 다음 세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