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인권침해 이유 오필름 등 제재LG이노텍 물량 확대 가능성… 기술·생산 능력 입증삼성전기, 아이폰 카메라용 렌즈 납품… 이노텍 협력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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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인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업체인 오필름 제재에 나서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부품업체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강제 노동, 강제 집단 구금, 생체정보의 무단 수집, 유전자 분석 등으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과 연루된 중국 기업 11곳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해당 기업들이 미국 기술과 제품을 활용할 때 새로운 제한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 오른 11개 기업 중 오필름테크는 카메라 모듈 및 터치 스크린 제조업체로, 애플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오필름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면서 성장한 후 2016년에는 광저우 소니 공장을 인수하면서 애플에 전면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제재로 오필름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애플 도면, 특허 등을 사용할 수 없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직원 자살 사건을 계기로 공급망에서 인권침해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카메라 모듈 납품을 대체할 공급처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 전문 IT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지난해 분쟁광물관리규정 위반으로 제련소·정유사 18곳과 공급계약을 끊었던 애플이 오필름과도 관계를 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필름 측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이 최근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모든 직원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까지도 미·중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관계를 지속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필름과 애플 간 거래가 끊어지게 되면 LG이노텍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LG이노텍은 애플 내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기술력, 품질, 생산능력 등에서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

    현재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고, 그 외 엔트리 모델을 오필름과 폭스콘이 약 35대 65 비중으로 나눠 납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필름이 애플에 납품해오던 물량을 몇몇 업체가 나눠 가져가거나, 한 업체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메라 모듈 시장은 큰 기업이 더 커지는 식의 상위업체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이번 제재가 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기 또한 최근 애플 공급망에 포함되면서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삼성전기와 중국 써니옵티컬이 각각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애플의 카메라 렌즈 공급망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2021년경 잠망경 형태의 망원(줌인) 카메라 모듈을 자체 설계해 삼성전기와 중국 업체로부터 렌즈를 공급받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 울트라'에 탑재된 잠망경 형태의 '폴디드 줌'도 개발한 바 있다.

    삼성전기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게 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모두 고객사로 두게 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간 협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렌즈 및 엑츄에이터를 삼성전기가 LG이노텍에 공급하고, LG이노텍은 기존 모듈 어셈블리만 해서 납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