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문 열자 앞다퉈 유통법 개정안 발의… 대부분 규제 강화백화점, 복합쇼핑몰, 프랜차이즈까지 의무휴업 확대하는 법안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규제로 꺼져가는 성장동력… 위기감 가속
  • 규제는 흔히 양날의 검으로 비교되곤 한다. 적재적소에서는 그 무엇보다 빛을 발하지만 자칫 잘못된 도입은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앞다퉈 추진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 발의도 이런 비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서는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를 일괄되게 추진해왔지만 이 정도가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법 개정안과 그 규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최악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그보단 유통 규제가 더 무섭습니다.”

    주요 유통사 관계자의 말이다. 위기는 극복할 수 있지만 규제는 극복은커녕 서서히 성장동력을 꺼트리는 최악의 악재라는 설명이다. 실제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연이어 발의되는 유통 규제에 속앓이가 한창이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사안에 밉보일 까봐 회사가 선뜻 나서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자조적인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3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개원 이후부터 유통 관련 규제를 쏟아내는 중이다. 지난 5월 문을 연 21대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은 2개월 여 만에 7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법안의 대다수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은 이런 정치권의 시각을 가장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 법안에서는 기존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을 비롯해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까지 포함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규제 존속기한도 완전 폐지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의원이 지난 2일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을 추가하고 출점시 상권영향평가 대상업종의 확대 및 지역협력 이행실적 공포, 상업보호구역 확대 및 상업진흥구역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유통업계는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이미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이후 성장곡선이 꺾이고 수익성이 악화된 사례도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법안을 두고 “유통사를 사회의 암적 존재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백화점과 면세점, 복합쇼핑몰이 의무휴업을 하게 되면 인근 상권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대놓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의석수 180석의 슈퍼 여당 탄생으로 인해 법안 통과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발하다가는 밉보일 수 있는 리스크만 커졌다는 평가다. 

    유통업계가 속앓이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빈말로라도 좋다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그야말로 유통업계에 대규모 악재로 작용하는 중이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홈플러스 등은 일제히 실적이 마이너스 전환됐다. 특히 면세점을 보유한 업체들은 해외여행이 끊기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유통업계가 최근 점포를 폐점, 매각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 규제까지 강화된다면 유통업계의 성장동력은 거의 명맥을 찾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을 온전히 생산성 있는 사업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악인 것처럼 규제하려 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와중에 이런 법안이 발의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