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부터 발표까지 사흘만에 끝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세입자 보호 앞세워 집주인 압박하는 '임대차3법'지지율 관리와 세입자 표를 노린 정치적 목적이란 비판 쏟아져
  • ▲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부동산 규제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부동산 규제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임대차 3법'에 반발하는 2000여명의 집주인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부동산대책 규탄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집주인을 적대시하고 세입자와 편가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성토에 나선 것이다. 그들은 "내집에서 계약이 끝난 세입자도 못내보내게 됐다", "집주인과 세입자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정부가 사유재산을 강탈한다" 등 정부 정책이 마치 집주인들이 '죄인'인 것처럼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7월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임대차3법을 통과시키고 즉시 시행에 들어가자 임대차시장이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정부, 여당은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 서민의 삶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엔 벌써 물량감소, 전세값 급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에서는 임대차3법 시행이후 우려되는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문재인 정부가 투기꾼들을 잡겠다며 내놓은 22번의 부동산대책. 대책의 주된 내용은 집 가진 국민들에게는 세금을 인상해 집을 팔도록 유도하고 집을 사려는 국민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을 막아 집을 사기 어렵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에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지난달 29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여러 건의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을 하나로 병합한뒤 전산상으로 이미 처리한 것으로 했다.

    이에대해 야당이 반발하자 '단순 행정실수'라고 해명하면서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를 "소위가 구성될때까지 법안을 잡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단독으로 법사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튿날인 30일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됐고 재석 187명, 찬성 185명, 기권 2명으로 통과했다. 야당 의원들이 표결에 반대하며 일제히 본회의장을 떠났지만 과반수가 넘은 여당 단독으로도 통과가 가능했다.

    국회 문턱을 넘은 개정안은 다음날인 3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공포해 즉시 시행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로 이송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공포해야 하지만 하루만에 끝났다.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전·월세 시장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된다. 이번에 시행된 개정안의 골자는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이다.

    우선 전월세신고제를 살펴 보면, 임대차 계약 내용을 계약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해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수익이 투명하게 드러나니 세금납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월세상한제는 기존에 살고 있던 세입자가  재계약을 할때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세난이 심각한 서울 및 수도권에서 갑자기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아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조치다.

    전월세상한제가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는 법이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료와 별개로 계약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청구권을 세입자에게 준 셈이다. 임대차계약 만료 1~6개월 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하면 집주인은 이를 거부할 없게 됐다. 반면 세입자는 계약 연장 후 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필요에 따라 집주인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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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세입자가 기본 2년에 한 차례 더 연장해 총 4년의 임차계약을 끝낸 후 새로운 집에 전월세로 들어가는 경우, 이는 신규계약이기 때문에 5% 상한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계약갱신 요구와 상한제를 감안해 신규계약시 처음부터 전세금을 높게 올려 받을 공산이 크다. 개정안 발표 이후 전셋값 폭등이 예견되는 이유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임대차계약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집주인 입장에선 은행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전셋값마저 올려 받을 수 없다면 월세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시행으로 전셋값 폭등과 전세물량 공급 부족 등의 부작용이 전망되는데도 현 정부가 서둘러 임대차3법을 통과시킨 것은 지지율 관리와 세입자들의 표를 노린 정치적 목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장에 주는 충격과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당장 전세값이 오른다든지 아예 매물이 사라지거나 월세로 전환된다든지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충분히 마련됐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여당이)왜 저렇게 서두를까? 집값과 전세값 상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니 서두르는 것"이라며 "결국 그것은 정책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지지율을 관리하는 '정치적 행동'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으로 꼽히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도 "세입자에게 선심을 얻어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30일자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제도인 전세제도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천천히 축소되고 있었는데 이 법으로 그것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며 "임대인을 법의 보호 테두리 밖으로 밀어낸 것인데, 이 법을 만든 사람 마음은 임차인이 본인의 표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딱히 우리 국민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대인은 적이고 임차인은 내 친구라는 선언을 하고 있으니 정책을 실제 작동하게 하는게 법안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뜻으로 저열한 국민 갈라치기 정치 술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