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우딜’ 설치 후 ‘우친’ 등록하는데 10분도 안 걸려주문량은 아직 많지 않아…등록 3시간 지나서 첫 주문배달 건당 2800원…폭염 속 도보 배달의 한계도
  • ▲ 1호 우친 장영은씨(74세).ⓒGS리테일
    ▲ 1호 우친 장영은씨(74세).ⓒGS리테일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은 최근 가열되는 배달 시장에서도 돋보이는 플랫폼 중 하나다. 자동차, 바이크로 특화된 배달 시장에서 도보로 산책을 겸해 배달한다는 점에서 그 진입장벽이 크게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기성 배달 플랫폼이 가장 중시해왔던 신속함이나 어디든 찾아가는 배달 따위는 애초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산책을 겸한 배달, ‘우딜’은 과연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9일 ‘우딜’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직접 ‘우딜 친구’로 등록해 배달을 해봤다. 

    ‘우친’으로 등록되는 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스마트폰에 ‘우딜’ 앱을 깔고 나면 간단한 인증과 개인정보, 계좌번호 등을 등록한 뒤 1분 여의 교육영상을 시청하기만 하면 된다. 배달원의 성희롱 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나면 이제 의젓한 ‘우친’이 된다. 

  • ▲ 배달이 진행될 때 '우딜'의 화면. 현재위치와 경로 등이 표시된다.
    ▲ 배달이 진행될 때 '우딜'의 화면. 현재위치와 경로 등이 표시된다.
    특이한 것은 현재 배달 방법이 오로지 도보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차후 도보 외에 원동기 등을 통한 배달 방법도 업데이트 될 예정이라고 한다. 도보 중심이다 보니 배달 가능지역은 자연히 좁혀진다. 회사 인근의 서울의 중구 회현동을 배달지역으로 등록한 뒤 외출 준비를 끝냈다.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는 ‘우딜 앱’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첫 한시간만 그랬다는 이야기다. 이날 론칭 1일차에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일까. 오전 9시에 등록을 마친 뒤 수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지만 단 한건의 주문도 접수되지 않았다. 첫 주문이 접수된 것은 약 3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30분. 

    배달 거리는 230m였지만 이는 배정된 편의점부터 배달지까지의 거리다. 이 편의점까지 가는데 족히 40분은 걸리는 서대문역 인근이었다. 우딜은 근거리 배달일 경우 현재 ‘우친’의 위치와 무관하게 49분 내 배달이 주어진다. 접수를 고민하는 사이 해당 주문은 리스트에서 곧 사라졌다. 다른 인근의 ‘우친’이 배달을 접수한 것이다. 

    두 번째 주문은 오후 2시, 운 좋게 인근 건물에서 이뤄졌다. 이번엔 고민 없이 바로 접수했다. ‘요기요’에 등록된 GS25 매장에서만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중간 경로인 남대문시장 인근 GS25가 아닌 다소 엉뚱한 점포가 배정됐다. 

    접수 직후부터 앱에서 체크된 배달시간 제한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이번 역시 주어진 배달시간은 49분. 거리상 여유는 있었지만 날씨는 그렇지 못했다. 폭염특보가 떨어진 이날 오후는 걸어서 배달하기에는 다소 가혹한 환경이었다. 

    땀으로 범벅이 돼 배정된 편의점에 도착했다. ‘우딜’은 특이하게 편의점을 방문할 때 인사말을 만들어 놨다. 최대한 밝게 인사해야 한다고 한다. 

    매장에 들어서며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딜리버리 배달원 우친입니다.”라고 말하자 매장내 손님과 직원의 시선이 쏠리며 짧은 정적이 이어졌다. 이번 배달에서 가장 어색했던 순간이다. 낯설게 미소 짓는 직원으로부터 수령한 제품은 놀랍게도 음료수 1+1제품의 배달 최저 결제액인 만원어치였다. 

  • ▲ '우딜'의 공지사항.
    ▲ '우딜'의 공지사항.
    ‘우딜’은 제품 수령 전까지 주문된 상품 확인을 할 수 없다. 일을 골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영수증에는 “건물 1층 로비에서 연락 주세요”라는 고객의 요청과 연락처가 있었다. 낮 최고 38도의 찜통 속에 음료수 1만원어치를 짊어든 배달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분명 산책이긴 한데, 폭염 속에 하기는 꽤 고통스럽다. 

    이날 배달 출발부터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 1.3km의 거리에 약 1000보를 걸었다고 앱에 표기됐다. 책정된 배달료는 2800원이다. 거리에 따라 이 금액은 32000원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이날 배달을 10건을 했다고 가정하면 총 소득 2만8000원에 3시간 20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걷는 거리는 13km가 된다. 시급으로 치면 약 9000원.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높지만 그리 매력적인 아르바이트는 아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주문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업 알바는 꿈도 꾸기 힘들다. 이날 온종일 들어온 주문 수는 총 3건에 불과했다. 실질 대기시간을 고려하면 아르바이트라 하기에도 민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산책하기 좋은 저녁이나 쾌적한 날씨라면, 주문이 적절한 시간에 나온다면 ‘커피값 벌러 한번 다녀와볼까’ 싶은 마음도 생긴다. ‘우딜 앱’에 거리와 걸음수를 표기한 것도 이런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이 때문일까. ‘우친’은 출시 하루만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이날 등록한 ‘우친’은 하루만에 33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폭염 속에서도 딜리버리 주문의 23.5%를 도보로 배송했다. 

    ‘우딜’은 앞으로도 세를 확장해 나갈 기세다. GS리테일은 19일 서울지역 오픈에 이어 오는 24일 경기·인천지역, 31일 전국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