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부활-디지털화 방점'M&A 전문가' 황각규 퇴진… '유통맨' 이동우 부상 쇼핑·케미칼 양대 축 모두 부진… 상반기 10대그룹 유일 적자
  • ▲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부터)과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롯데
    ▲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부터)과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롯데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가 궤도수정에 나섰다. 그간의 성공 공식이었던 M&A 대신 내실 다지기로의 전환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의 전격 퇴진과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의 급부상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두사람의 바톤터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황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의 M&A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KT렌탈을 시작으로 삼성그룹 화학부문, 대한화재 인수 등을 이끌며 그룹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롯데는 최근 2~3년간 사드파동을 시작으로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등 핵폭탄급 외풍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데다  유통과 호텔 등 B2C가 주력 업종이다 보니 다른 그룹 보다 심한 타격격을 입었다.  올 상반기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순손실만도 20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60억원의 순이익과 비교해 무려 1조1000억원 가량이 빠졌다.

    50여년이 넘는 그룹 창설이래 최악의 위기설이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특히 양대 축인 쇼핑과 케미칼의 부진이 뼈아팠다. 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 대비 98.5%가 줄었다. 케미칼 영업익 역시 329억원에 그쳐 91% 역성장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보였다.

    위기를 직감한 신동빈 회장의 선택은 인적쇄신이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황 부회장이 타깃이 됐고 본인 역시 책임의사를 밝혔다.

    M&A를 주도해온 황 부회장이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 ▲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뉴데일리
    ▲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뉴데일리
    세대교체를 겸한 후임인사는 이동우 사장(1960년생)이었다.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정통 ‘롯데맨’으로 그룹의 핵심인 유통 전문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장과 하이마트 대표 등을 지내며 돋보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롯데의 가장 급한 불인 유통부문을 되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적격인사라는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그간 그룹의 중추에서 멀어졌던 유통부문 출신인력이 재중용이라는 의미도 부여됐다.

    이 사장은 롯데가 강하게 추진중인 ‘디지털화’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롯데ON’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쇼핑을 그룹에서 처음 도입한 곳은 그가 대표로 있던 하이마트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하이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9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51.1% 늘어난 수치다.

    지주 대표로의 낙점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황각규 부회장의 지주 대표 임기는 10월 초로 이후 이사회 의장으로서만 역할을 수행한다.

    이동우 사장은 10월 8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지주 대표로 확정될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과 나란히 3인 대표 반열에 오르게 된다. 호텔롯데 대표 출신인 송 부회장은 숙원인 호텔 상장을 준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실질 대표 역할은 이 대표가 맡게 된다.

    남다른 카리스마를 지닌 그가 그룹 재건의 선봉장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멀리 뛰기 위해선 한번 움츠러들 필요가 있다”며 “큰 위기에 직면한 롯데가 유통 부문 등 내실다지기에 방점을 두고 이 대표를 중용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