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원 16명 8월 15일 노동자대회에 참여 뒤늦게 확인20일 예정됐던 노사교섭도 전격 취소…노조원 검진 결과 대기 중홈플러스 방역에 불안에 블라인드 성토…노조에 대한 불만 커져
  • ▲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집행부 다수가 8·15 노동자대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홈플러스 내 한바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단체의 광화문 8·15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통로가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노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폭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일 예정됐던 노사교섭도 전격취소된 상황이다.

    21일 홈플러스의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노조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지난 8월 15일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에는 “위원장이 코로나 확진자라는 소문이 있다”, “이제서야 광화문 갔다고 실토하는 것은 다 죽자는 것인가”라는 하소연과 성토가 이어지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블라인드 글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노조 측에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노조 측이 참여한 집회는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광화문 집회가 아니라 민주노총 주도로 보신각 앞에서 진행된 ‘8·15 노동자대회’ 기자회견이었다. 

    다만 이 불안이 근거가 없다 말하기는 힘들다. ‘8·15 노동자대회’는 외형상 기자회견을 취했지만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집회가 금지되자 사실상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린 편법 집회로 이뤄졌다. 참여인원만 약 2000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내부의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불안은 적지 않다. 집회가 열린 보신각 역시 광화문에서 불과 500m 거리에 불과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단체 집회와 마찰을 빚을 정도로 동선이 겹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재현 홈플러스 노조 위원장 등 16명은 행사 이후에도 별 다른 조치 없이 홈플러스에 출근해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처음 회사에 알려진 것은 집회 참석 후 5일이 지난 20일 노조가 예정됐던 노사 교섭을 연기하자는 공문을 제출하면서다. 

    홈플러스 측은 “노조 위원장이 검진을 받지 않은 상태로 교섭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조합의 공식 요청 공문과 참석한 조합원 명단을 요구한 뒤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랐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9일 서울시에서 민주노총 기자회견 참가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받고 참석자 전부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14명은 모두 음성으로 나왔고 2명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6일 보건소를 찾았지만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진을 받지 않아도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유통업계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방역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노조원이 서울시 행정명령까지 우회하며 집회에 참석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 16명으로 인해 자칫 홈플러스 수만명의 직원의 방역에 구멍이 생길 뻔했다는 평가다. 

    실제 홈플러스 블라인드에서는 “우리 점포에는 자기가 집회 안갔다고 하더니 오늘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물으니 그때서야 집회 다녀왔다고 한다”며 “8월 15일 연차낸 조합원들을 조심하자”는 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