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주 정제마진 0.6달러… 2주 연속 상승코로나 여파, 항공수요 부진 속 산업활동 둔화까지"마진 회복 기대감 없어… 3분기, 2분기 보다 악화 가능성도"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정제마진이 5개월 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정유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여전히 예년 수준으로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3분기의 절반을 지난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분기 실적도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8월3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6달러로, 전주 0.2달러보다 0.4달러 오르면서 2주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제마진이 급락하기 직전인 3월2주 3.7달러 이후 최근 5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휘발유 마진 반등이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주 휘발유 마진은 배럴당 4.9달러로, 전주보다 0.5달러 올랐다. 일부 국가에서 이동조치 제한(락다운) 완화로 이동수요가 다소 늘어나면서 휘발유 수요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등의 신호라고 보기에는 아직 한참 이르다는 평이다.

    보통 정제마진은 4~5달러는 넘어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지금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전주대비 상승폭도 배럴당 0.4달러로 아직 미미하다. 정제마진이 마지막으로 5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0월2주 5.8달러다.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10개월 동안 석유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본 셈이다.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의 2차 확산 우려에 따른 신흥국의 산업 활동 둔화다. 이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경유의 지난주 마진도 배럴당 3.9달러로, 예년 수준(12달러 이상)보다 한참 낮다. 특히 5월 배럴당 2달러대로 저점을 찍은 이후 7월에 6달러대로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하락하는 등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 산업까지 부진하면서 정유사들의 '효자 상품'이었던 항공유 수요 급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등유 마진은 배럴당 마이너스(-) 0.08달러를 기록하는 등 7일 이후 계속 마이너스다. 1년 중 가장 성수기인 7~8월마저 항공유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체 정제마진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항공 이동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월간보고서에서 항공유 수요 부진을 반영해 올해 석유 수요가 하루 81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며 전월 전망치 790만배럴보다 상향 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 상반기 석유제품 중 가장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인 것은 항공유"라며 "지난해 상반기 8504만배럴에서 올 상반기 6507만배럴로 23.9%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각 국의 락다운 조치로 항공기 수요가 취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하반기에도 항공기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설상가상으로 정유업계는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의 '드라이빙 시즌' 효과도 누리지 못하게 됐다.

    당초 휴가철부터 추석까지 이어지는 3분기에 국내여행이 늘어나면서 휘발유와 국내선 항공유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긴 장마와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휴가철 이동이 제한된 데다 '추석 이동자제'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상황인 만큼 성수기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황 함량 환경규제가 탈황설비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정유사들에 유리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운업계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저유황유 가격이 하락한 것도 또 다른 악재다.

    이달 들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저유황유 가격은 배럴당 53.1달러로, 올해 1월 102달러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고유황유와의 가격차도 약 50달러 선에서 10달러 선으로 크게 줄었다.

    때문에 하반기에는 정유사들이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3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제마진 약세의 주 원인인 중국의 수요 감소, 과잉공급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당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제한이 완화되면서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현재는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유사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정제마진 약세가 개선되지 않고 있고 그나마 실적 상승을 견인한 유가도 상승세를 멈췄다"며 "거시경제 악화 탓에 정제마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어려운 만큼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악화할 여지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