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지형 바뀐다"코로나19 장기화 대비현대차 필두 부품·타이어업체 등 필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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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가 최근 들어 대대적인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섰다. 코로나19(우한폐렴) 장기화에 따른 판매 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성장동력에 대한 탐색을 벌여 왔다면,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코로나19발(發) 위기 속에서 저마다 미래 전략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현대자동차는 최근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IR)에서 전기차 충전 시설과 배터리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 출시할 전용 플랫폼(E-GMP) 800V 전압 기반 전기차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지난 5월에는 한화큐셀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수명이 다 된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고 태양광을 연계하는 방식이다.현대차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산업구조 전환을 기회로 삼아 패권을 쥐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 밖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부품업체 만도는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위생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관련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설계 및 제어 기술을 활용하고 높은 내구성과 안정성을 충족시킨 경험을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만도는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손잡고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쓸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고 있다. 수면 무호흡증(코골이) 환자를 위한 양압기(공기를 집어넣는 장치)도 만들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양압기를 주거 공간뿐 아니라 버스, 기차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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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차 판매는 7000만~7200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9938만대)와 비교하면 최대 20.8%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로 주요 생산 기지가 문을 닫고 소비 수요가 자취를 감춘 탓이다.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연쇄 충격에 휩싸인 부품업체는 미래차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엔진과 변속기가 전기 모터, 배터리로 대체돼 필요한 부품 개수가 반 토막 나고 산업 지형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현대위아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수소연료전기차에 쓰이는 공기압축기를 낙점했다. 공기압축기는 수소로 전기를 만들 때 필요한 공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2023년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며 “열관리 부품을 기능적으로 통합한 열관리 모듈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현대위아는 나아가 로봇개발 부서도 신설했다. 근로자와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협동로봇’을 개발해 물류 로봇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스마트 팩토리와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현대모비스는 355억원을 투자해 경기 평택시 인근에 전기차 부품 전용 공장을 새로 짓는다. 다음달 착공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연간 15만 대에 해당하는 부품을 양산하게 된다. 평택 공장에서는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을 통합한 모듈을 만들어 낸다.특히 이 회사는 이미 최근 3년간 충북 충주시 공장 증축과 울산시 공장 신축에 33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바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미래로 나아가고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의 투자라는 설명이다.본업이 지닌 강점을 변화시키는 사례도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충남 태안군에 짓고 있는 주행 시험장에 드라이빙센터를 세운다. 축구장 176개 크기인 126만㎡에 달하는 주행 시험장은 내년 상반기(1~6월) 준공될 예정이다.한국타이어는 이곳에서 타이어를 개발하면서 현대차그룹과 시설을 공유해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미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자동차 경주장 및 주행 체험장 운영 등 스포츠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정관 변경도 끝마쳤다.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업계의 움직임이 급속도로 달라졌다”며 “자칫 뒤처지거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투자에 나서고 동력을 찾는 등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