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남북의료교류법’·황운하 의원 ‘재난기본법’ 뭇매 北재난 발생 시 국내 의사 투입에 반발 일자… 관련 내용 ‘수정 또는 삭제’ 예고이필수 의협 부회장 “공공재 인식이 비정상적 의료체계 만들어”
  • ▲ 지난 14일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 1차 총파업이 진행됐다. ⓒ박성원 기자
    ▲ 지난 14일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 1차 총파업이 진행됐다. ⓒ박성원 기자
    의료계 파업에는 의사가 ‘공공재(公共財)’로 받아들여지는 구조를 향한 설움이 담겨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의 “의사는 그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는 발언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와의 갈등은 더 커졌다.

    이처럼 ‘의사=공공재’라는 정부의 인식은 의료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으로 파업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논란을 증폭시키는 2개의 법안이 여당의원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31일 의료계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남북의료교류법)’과 같은당 황운하 의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재난기본법)’과 관련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지난 7월 2일 신현영 의원의 대표발의한 법안 내용 중 논란이 되는 대목은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하면 남한과 북한의 공동 대응 및 ‘의료인력’ 긴급지원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신 의원은 이달 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대에 남북한 소통과 협력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 과거의 단편적인 대북 지원을 넘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건의료 교류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북한에 의료인력을 보내는 행위 자체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법안은 ‘공공재법’이라는 명칭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가중되자 신 의원은 본인의 SNS에 “실제 북한 의료인과 교류협력을 원하는 의료인을 상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이었다. ‘강제성’을 가지고 ‘의료인력 파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면 당연히 수정 또는 삭제 가능성이 있음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신 의원의 남북의료교류법 관련 논란이 일단락되나 싶었지만, 의료계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인 지난 24일 황운하 의원은 재난기본법에 ‘의사=공공재’ 개념을 담은 법안을 발의해 뭇매를 맞고 있다. 

    황 의원은 재난기본법을 통해 현행법상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을 포함시켰다. 

    현행법 상 재난관리 책임기관이 비축·관리해야 하는 재난관리 자원은 장비, 물자, 자재 및 시설 등으로 물적 자원으로만 규정돼 있어 의료인력 등 인적 자원 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그간 국가 재난 상황 시 노력해왔던 의사들의 분노가 터졌다. 특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동원 명령을 인력에도 내릴 수 있고 조치의 요청을 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하는 동원 체계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위험과 손해를 감수하고도 국가 재난 극복에 협력해온 민간전문가들과 의료인의 재난 의료와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의 근본적 취지와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전임의비상대책위원회 역시 “헌법에 보장된 의료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악법이자 반인권적, 반헌법적 법률 개정안으로서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 공공재? 그동안 무엇을 해주었길래  

    현재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의사=공공재’라는 일종의 밈(meme)이 유행이다. 일례로 ‘김 공공’. ‘이 공공’과 같이 성 뒤에 공공을 붙여 서로를 부르는 행위다. 다른 인터넷 패러디와 다른 점은 자조적 표현의 일환이며 그 속에 깊은 한숨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신현영, 황운하 의원의 법안이 발의된 것도 의사를 공공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며, 결국 이러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31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2개의 법안은 통과되면 안 되는 악법이다. ‘공공재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 정부가 의사를 함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가 공공재라면 공공의료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처럼 의사가 되기까지의 모든 학비, 수련비용 등을 나라에서 지원해야 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지원책 없이 필요시에만 공공재가 되는 것은 비합리적인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파업을 진행 중인 전공의와 오는 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개원가, 그리고 국립대병원 물론 사립대병원 교수들까지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의사는 공공재라는 성격이 강조된 법안이 발의되면서 갈등의 봉합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수가 현실화, 의료인 폭력 방지,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 등 한국의료의 정상화를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루속히 정부와 국회가 의사를 공공재로 보는 인식을 없애야 한다. 현 의료체계의 비정상적 구조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