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권고 뒤집은 검찰두달만에 이재용 부회장 '불구속 기소' 결론4년간 사법 리스크 악몽 또 시작... 미래준비 '골든타임'에 최대 걸림돌길어지는 코로나19 속 재판 이슈 더해져... 삼성 위기감 최고조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검찰이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에 불구속 기소 의견을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를 한지 두 달을 넘겨 결국 기소를 강행키로 했다.

    삼성은 다시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이미 지난 4년 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린데 이어 또 다시 총수의 경영 공백이 눈 앞에 닥쳤다. 길어지는 사법 리스크에 코로나19로 대외적 경영환경도 불안한 상황이라 삼성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1일 검찰은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으르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방침을 내렸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2년 가까이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로 또 다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미 4년 넘게 사법 리스크를 짊어졌던 삼성이 이번 기소로 또 한번 길고 긴 재판 일정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한 모습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앞서 있었던 수심위 결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지만 검찰의 기소 강행으로 다시 무력감에 빠지는 분위기다. 두 달 여 전 있었던 대검찰청 수심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두고 검찰이 불기소해야한다는 의견을 냈고 수사중단까지 권고한 바 있어 이를 검찰이 일부라도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장고 끝에 기소를 강행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수심위가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이를 검찰이 따르지 않은 것은 지난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기록되게 됐다.

    검찰은 이번 결론을 발표하며 무려 22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소 타당성을 설명했다. 수심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게 된 배경을 상세히 밝히면서 이번 기소의 정당성과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특히 "(삼성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합병이 '최소비용에 의한 승계 및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위해 미래전략실 지시로 실행돼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하고 기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법리,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검찰의 이 부회장 불구속 기소로 결국 삼성은 2년 여를 끌어온 수사에서 다시 재판장에 서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4년 간의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발목을 잡아온데 이어 또 다시 재판으로 총수의 경영 공백은 물론이고 대외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글로벌 IT업계가 미래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4년 간 사법 리스크에 휘둘리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인재영입 등의 중장기적인 미래사업 큰 그림을 그리는데 제한이 많았다. 특검 기소로 80여 차례의 재판이 열리고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만 총 70여 차례에 달했을 정도로 법정 다툼에 소모된 시간이 절대적이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규모 투자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많은 삼성 입장에서 지난 4년에 이어 앞으로 얼만큼의 시간을 또 저당 잡히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특히 최근 파운드리 시장 강자 TSMC와 기술 선점을 두고 초접점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선도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업체들이 국가의 든든한 지원을 배경 삼아 한국 반도체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실상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는 것이 국가 경제와 해당 산업 측면에서도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이 다시 재판 이슈에 휘말리게 되면서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나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관리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 이미 지난 4년 간의 사법 리스크로 외신은 물론이고 IT업계 전반에서 삼성의 이 부회장과 주요 임원들의 사법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고 특히 삼성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이 삼성의 위기감을 더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재판 출석으로 총수의 공백이 이어지는 등의 리스크가 어떤 사업이나 경영활동에서 터지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