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공정위 공식문서 오면, 대응 여부 확정"지난달에도 지급명령 받아… 하도급 갈등 이어져 피로도 가중삼성중공업, 36억원 과징금 이후 4개월 만에 공정위 현장조사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초대형 에탄운반선.ⓒ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초대형 에탄운반선.ⓒ삼성중공업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조선업계가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하도급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내 조선 3사의 불공정 하도급 계약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칼날이 매서워지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업계는 공정위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갈등이 법정공방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현대중공업은 최근 공정위가 9억7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 대응 여부를 조만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발표로 과징금 조치가 먼저 공개됐으나 아직 공식 문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정위는 2015년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인 A사에 피스톤 관련 기술 자료를 달라고 요구해 확보한 뒤 이를 경쟁업체인 B사에 제공했다고 지적했다.이에 현대중공업의 기술유용 행위가 매우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최고 상한액인 10억원에 가까운 9억7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내부에서는 공정위 조치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소식지에는 "회사가 1000억원 이상의 비용과 10여년의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협력업체가 개발했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행정소송 제기 등 구체적인 대응방법까지 거론됐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아직 공식 문서를 받지 못해 대응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공정위로부터 공식 문서를 받은 뒤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공정위 갈등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공정위는 하도급 갑질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미지급대금 2억5600만원과 약 2억원의 지연이자에 대한 지급명령과 재발방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에 지급명령을 내린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협력업체로부터 화력발전소용 엔진 실린더헤드를 납품받은 이후 제품 하자를 이유로 대체 부품을 무상으로 공급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당했다. 이에 하자 원인을 규명한 후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협력업체가 2015년 108개의 실린더헤드를 납품했으나 현대중공업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보통 조선업은 업종 특성상 하청에 재하청 구조가 심해 납품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모든 공사의 작업량이나 기간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선계약 후 공사로 이어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에 업계 내부에선 공정위 제재에 대해 답답함과 함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 전반의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원청이 생산비를 줄이면서 하청업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사들은 하청업체들의 불만에 공정위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만약 행정소송까지 진행될 경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몇 년간 조선사들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 계약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지난해부터 조선사들에 대한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등 '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2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올해 4월에는 삼성중공업에 대해 작업 시작 후에 계약서를 발급한 혐의로 36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사내 하도급 업체 206곳에 3만8451건의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며 계약서를 사전에 지급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와 별개로 공정위로부터 현장조사를 받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을 하도급법 위반으로 신고한 하청업체 측은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대형 해양플랜트 설비 공사에서 케이블 포설 및 배관 작업을 맡아 공사를 진행했으나 공사대금 60억원 중 약 22억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하청에 재하청 구조가 심해 납품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불공정하도급 등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한번에 사라지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