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과반수 역부족MBK 연합 38.47% vs 최 회장 측 36.55% 7.83% 국민연금, '캐스팅보트'국민 여론은 고려아연에 우호적전문가들은 갈려… "국가 보호 필요" vs "개입 제한해야"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5.3%의 지분을 확보했다. 전체의  38.47%, 의결권 기준 48%에 달하는 숫자로 일단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다.

    최윤범 회장측의 대항공개매수가 예정대로 성공할 경우의 지분은 36.55%.

    양쪽 누구도 과반에는 도달하지 못하다 보니 향후 전망이 갈린다. 자연스레 7.83%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터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이래저래 정부의 입김이 닿을 수밖에 없다. 결국 고려아연 사태의 결말은 정부 스탠스에 달린 셈이다.

    뉴데일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한 바 있다.
  • ▲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 ⓒ리얼미터
    ▲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 ⓒ리얼미터
    75.8% "정부 개입 필요"

    뉴데일리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9%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해 국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간산업'을 묻는 질문에는 72.4%가 '해당한다'고 응답했으며 75.8%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별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아닌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고려아연 노조와 주력사업장이 있는 울산지역, 일부 정치권이 '국가기간산업을 위협하는 적대적 M&A'라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로서도 방관만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뉴데일리 여론조사에서 '적대적 M&A'란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49.8%로 '동의하지 않는다(22.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사모펀드 매각 시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응답자도 62.6%의 비율을 기록, '그렇지 않다(25.2%)'보다 2.5배 가량 많았다.

    MBK가 "고려아연의 해외 기술 유출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사모펀드(PEF) 운용사 특성을 고려할 때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가 잇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는 "사모펀드의 본질은 3년 혹은 5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단기 자본으로 차익을 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엔 의사결정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국적과 상관없이 더 많은 가격을 부르는 쪽에 매각(엑싯)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고려아연은 아연·연·은·인듐 등 비철금속 제련 분야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국내 자동차·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2조원 이상 현금을 보유 중이며, 신용등급 'AA+(안정적)'의 초우량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 ▲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 ⓒ리얼미터
    ▲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 ⓒ리얼미터
    국민연금은 누구 손을 들까...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국민연금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국민연금은 MBK가 고려아연보다 앞서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던 한국앤컴퍼니 사례에 대해 '통상적인 M&A 투자'란 의견을 낸 바 있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어 예단은 쉽지않다.

    하지만 MBK의 운용자금에 국민연금 자금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적절성 논란이 인다. 국민연금은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 활용한 6호 블라인드펀드에 3000억원을 투자한 주요 출자자(LP)다. 한때 국민연금이 이를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투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알려졌다가 다시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는 등 소란이 인 바 있다.

    박남규 교수는 "정상적인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방어하고자 고려아연은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차입, 본원적 경쟁력이 망가지게 됐다"며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곧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연금이 MBK에 자산운용을 맡기면서 이에 동조하라고 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 ⓒ리얼미터
    ▲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 ⓒ리얼미터
    전문가들 의견은…

    제2, 제3의 고려아연 사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에 관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입법적, 정책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80.1%로 '불필요하다(13.3%)'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만 주주들에게 일정한 매수가액을 제시하고, 이에 응한 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하는 '공개매수' 방식의 경영권 장악 시도는 시장에서 적법한 행위로 간주된다.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도 궤를 함께 하고 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적대적 M&A 역시 시장경제 활동의 하나의 종류로, 합법적인 지배권 싸움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 당국의 개입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개입이 있으려면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정부 개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따라 상당 부분 기술 유출 문제가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보호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미 정부가 경제활동에 많이 개입하고 있으므로 아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국가기간산업 보호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산업부에 제출, 이달 4일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심의됐으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도 정부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인수 금지 또는 원상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이고,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산업부 입장에서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으로, 기업과 협의해 향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남규 교수는 "앞으로 고려아연 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기업경영은 물론 사모펀드나 행동주의펀드의 M&A 시도에 대한 경영권 방어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외부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기업의 방어권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적인 차원에서 어떤 정책으로 실물경제를 지켜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무선 RDD 100%로 이뤄졌으며 성별·연령·권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추출 방식을 사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