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함께걷는 아이들' 등에 200억대 사회환원장녀 조희경, 본인 설립한 '함께걷는 아이들'에 4억 기부장남 조현식, 개인회사 아노텐금산 등 경영난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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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 경영권 승계 구도에 반기를 든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에 대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이사장은 사회환원에 인색하고, 조 부회장은 경영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게 만든 조희경 이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을 두고 자성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한국타이어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약 200억원을 출연해 운영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은 2018년 조양래 회장의 뒤를 이어 재단 이사장이 됐다.

    조양래 회장은 2004년부터 약 222억원을 기부하며, 여러가지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해왔다.

    반면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고, 사회공헌과 사회환원을 위해 조 회장의 주식이 재단에 기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 이사장은 같은 기간 약 11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양래 회장은 사회환원의 대부분을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 아이들'에 쏟아부었다.  222억원 가운데 약 181억원을 기부하며 청소년 사업에 힘을 집중했다. '함께걷는 아이들'은 조 이사장이 2010년에 직접 설립한 곳으로, 그동안 본인은 약 4억원을 기부하는데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함께걷는 아이들'의 운영자금 99%를 조 회장의 기부금으로 충당한 것.

    조 이사장은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 76만9583주(0.83%)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의 지분 336만6860주(2.72%)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가치로는 약 1000억원에 이른다.

    즉, 1000억원 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본인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에는 소액만 기부하고, 거의 모든 비용을 아버지 조 회장에 의지해온 것.

    물론 기부를 통해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것도, 직접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면서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것도 각각 의미가 있고 값진 활동이다. 재능기부 또는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왜 기부를 많이 하지 않느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충분한 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본인의 사회환원에 인색하면서 아버지 지분은 공익재단에 기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 이사장이 한정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를 한 것을 두고 한국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조희경 이사장 측 관계자는 “멀쩡한 아버지를 왜 한정후견인 심판 청구를 했겠냐”며 “그만큼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조양래 회장이 '함께걷는 아이들'에 대다수를 기부해왔고, 조 이사장이나 나머지 자녀분들은 아직 젊기 때문에 사회환원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에 심판 청구가 기각되고, 조 회장의 기부가 이전처럼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조 이사장 본인이 적극적으로 기부에 나설 것이라는 의사를 피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조현식 부회장에 대해서는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조 부회장이 2010년 직접 설립한 타이어 재활용기업 아노텐을 비롯한 아노텐금산, 세일환경, 에이치더블유티이 등의 개인회사가 대부분 부진했다. 아노텐금산은 조현식 부회장이 여러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개인 돈 약 300억원을 투입했지만 자본잠식 상태로 어려운 처지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이같은 지적과 상관없이 한국타이어 경영권 승계 구도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지분경쟁에서 싸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경영권 승계가 명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조희경(55세, 0.83%), 희원(54세, 10.82%), 현식(51세, 19.32%), 현범(49세, 42.9%) 4남매가 나눠갖고 있다. 3남매가 힘을 합쳐도 30.97%로, 조현범 사장(42.9%)과의 지분경쟁에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양래 회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통주 2194만2693주(23.59%)를 지난 6월 26일 블록딜 형태로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함에 따라, 조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19.31%에서 42.9%로 늘어나며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자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7월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 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아버지 결정에 공식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조양래 회장은 하루 뒤에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장녀의 행동이 가족 간 불화로 비칠까 염려스럽다”며 “직원과 주주가 동요하기 전 상황을 수습하고자 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조 회장은 “매주 골프를 즐기고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 등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서 “장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예전부터 조 사장을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면서 “혼란을 막고자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매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중재로 종식될 것 같던 분쟁설은 침묵하던 장남 조 부회장이 8월 25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에 가족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재점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