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안 '메모리' 확대'연간 8조' 화웨이 매출 이달 중 끊겨삼성·SK 등 실적 직격탄 불가피2년 만에 분기 영업익 10조 찍고... 불확실성 커져
  • 미국이 중국 화웨이의 시스템 반도체 구매를 차단하는 제재안에 이어 메모리 구매길까지 막으면서 메모리 1위 삼성전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실적을 견인했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매년 8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려줬던 '큰 손' 고객 화웨이를 잃게 되면서 3분기 이후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5월 시행한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 제재안에 이어 지난달 반도체 구매 제재 범위를 확대하는 추가안을 내놓으면서 한국 반도체업계가 불똥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는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구매 제한에 초점을 뒀던 미국의 제재는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구매까지 막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메모리 1등인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위기감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8월 미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 강화된 제재안이 발표된 8월 17일(현지시간) 이전에 생산된 반도체만 이달 14일까지 화웨이에 공급할 수 있다는게 제재안의 골자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미국의 추가 제재안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화웨이는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 대한 강도높은 제재를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추가적인 규제에 대비해 메모리 주문량을 늘리고 미리 재고를 쌓아두는 등의 움직임도 나타냈다.

    덕분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직접적이었던 지난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문은 18조 2300억 원의 매출에 5조 4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 중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 6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을만큼 비중은 절대적이었고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치라는 '깜짝 실적'을 선보일 수 있던 비결로 꼽혔다.

    이 중 삼성전자 메모리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화웨이의 실적 기여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으로 보이는데,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화웨이향(向) 매출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 3분기에는 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서버향 메모리 수요 강세가 3분기에도 긍정적 작용을 하는 가운데 화웨이가 막바지 메모리 재고 비축에 열을 올리면서 반도체 사업은 견조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상반기 부진했던 세트사업이 회복세로 돌아서며 영업이익 10조 원 달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비대면 경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스마트폰이나 TV 등의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는 동시에 온라인 매출 비중을 키우고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본격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더 강력해지면서 삼성전자는 오히려 4분기 이후 직격탄이 될 '화웨이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 사로잡혔다. 화웨이가 현재까지 조달한 메모리로 최소 1년 가량은 버틴다고 해도 삼성은 당장 이달 중에 최대 고객사 한 곳을 잃게 돼 위기가 눈 앞에 닥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연간 최대 8조 원까지 추정되는 화웨이 매출이 일시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삼성에겐 간과할 수 없는 위기"라며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던 모바일이나 5G 장비 분야에서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메모리에서 잃는 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對) 화웨이 제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삼성의 올해 이후 사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몇 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가운데 특히 ICT 분야에 대한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단기적인 사업 계획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국제 정세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인 변수가 상당한 와중에도 삼성이 잘 버텨왔지만 화웨이 변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재판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등 안팎으로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