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거리두기 2단계’ 조정 등 원칙 무시된 ‘방역 조치’전문가들 “확진자 수 못 줄이면 ‘내수 활성화’도 불가능” 12종 고위험시설 대상으로 정부 보상책 제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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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주간·2단계’ 조정과 함께 닫혔던 중국 우한 하늘길도 열렸다. 그러나 늘어나는 ‘감염경로 미상’ 환자, 중증환자에 트윈데믹이 공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조치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중국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지만, 국내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그런데도 감염병의 근원지였던 우한 입국이 허용돼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추석을 기점으로 독립적 기구가 된 질병관리청의 방역망 가동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총괄대변인은 지난 16일 “중국의 경우에는 코로나19 발생 동향이 최근 매우 안정적이고, 또 중국을 통한 환자 유입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도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방역적 조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앞으로 다른 나라의 항공편 운항을 재개할 때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위험도 평가를 전제로 해당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지난 8일 중국이 종식선언을 했고 역유입을 제외한 본토 내 확진자가 한달 넘게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발 종식선언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는 ‘무증상 양성환자’를 확진자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집계(16일 기준)에 따르면, 본토 신규 확진자는 없다. 그러나 해외 역유입 환자 12명이 발생했다. 의학 관찰을 받는 무증상 양성환자는 361명이다. 발표된 수치만 이 정도로 수면 아래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가늠이 어렵다. 

    이와 관련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종식선언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단 하나의 사례가 어떤 후폭풍을 일으키는지 우리는 경험했다. 방역당국의 안일한 인식으로 항공편을 열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도 “팬데믹 상황인데, 한 국가만 종식을 선언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중국 내 지역발생 수치가 줄었다고는 판단하지만, 종식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 속 티웨이항공 TW615편은 지난 16일 오전 한국인 교민과 중국인 등 승객 60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우한으로 향했다. 오후에 출발한 TW616편은 우한에서 승객 40명가량을 태워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물론 입국 과정에서 엄격한 방역망 가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경로미상 환자 비율이 25%에 달하고 중증환자도 늘어나고 있어 항공편 운행 허용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방역 원칙 못 지키면 ‘내수 활성화’ 불가  

    전문가들은 방역이 담보돼야 ‘경제 살리기’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먼저 감염 확산을 잡아야 안정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원칙이 준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내수 활성화’로 잡는 순간 방역망 가동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국민 피로감을 반영해 ‘2주간·2단계’ 거리두기 하향조정 결정을 했다. 2단계 적용이 된 지난 14일 109명, 15일 106명, 16일 113명 등 신규 확진자 수는 여전히 100명을 넘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은 추석을 앞둔 시기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유행은 5월 초 연휴와 7월 말~8월 초 여름 휴가철, 광복절과 임시 공휴일이 포함된 8월 중순 등 연휴나 휴가 때 증폭되는 경향을 보였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창궐 초기부터 ‘가을철 확산’은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다. 기온이 내려가고 건조해지면 호흡기 질환이 활성화되고 독감이 유행한다. 소위 ‘트윈데믹’ 우려다. 추석 명절은 감염병 확산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 

    이러한 시기에 2단계 조정 후 기준도 애매한 특별방역기간 설정 등은 방역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우주 교수는 “내수 활성화 논리로 어정쩡한 방역망 가동이 이뤄지고 있다. 단계를 내렸다가 올렸다가 오락가락하는 방역조치는 국민에 혼란만 가중시킨다. 경제를 살리면서 추석을 잘 보내려면 ‘짧고 굵게’ 거리두기가 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엄중식 교수 역시 “방역이 먼저 고려돼야 했다. 일시적으로 내수 활성화가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추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방역이 불확실한 상황 속 경제를 생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단계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적용하는 것 대신 고위험 시설에 대한 엄격한 방역망 가동을 원칙으로 하되 이들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한림의대 예방의학과)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내수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노래방 등 12종 고위험시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기전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 확산 과정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법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