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LFP 등 신기술 및 협력체제 구축 발표 전망머스크 CEO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 될 것"
  • ▲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뉴시스
    ▲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뉴시스
    전 세계 완성차 업계는 물론, 2차 전지를 포함한 에너지업계 전체가 22일(한국시간 23일 오전)로 예정된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차 또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로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왔던 테슬라가 배터리를 주제로 별도의 행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본 행사는 일종의 테슬라 신기술 발표회다. 4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가 거듭됐다가 이날 웹캐스트를 통해 세계에 중계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테슬라가 이번에는 전기차가 아닌 배터리 전략과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향후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배터리 데이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를 표명하면서 배터리에 관한 신기술이 공개될 것이라는 추측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배터리 생산 청사진인 '로드러너' 프로젝트다. 원가 절감과 에너지밀도 개선, 내구수명 향상 등의 목표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의 상황과 향후 배터리 생산능력 등을 제시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개발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없이도 가격경쟁력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테슬라의 강점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전자제어 시스템, 차체 하드웨어 등을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엔진'으로 불리는 배터리는 외부에 의존하고 있어 배터리는 테슬라의 목표이자, 숙제로 꼽혀왔다. 때문에 이날 행사에서 유일한 '약점'으로 꼽혀온 배터리에 대한 신기술 및 생산에 대한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늘이고 안전성을 높인 신개념 배터리 제조기술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에 대한 부분이다.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내 액체 성분의 전해질을 고체 성분으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이 2배 늘고, 무게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다보니 폭발 위험이 없어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항마'로 손꼽힌다.

    앞서 테슬라가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인 R&D업체 멕스웰을 인수하자 일각에서는 이번 배터리데이를 기점을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가 저물고 전고체 배터리로 대표되는 차세대 배터리 시대가 막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상용화는 2027년 이후로 예상되고 있다.

    배터리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배터리는 갑자기 새로운 게 '깜짝'하고 나올 수는 없다"며 "전고체 배터리가 구현됐다면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기술개발 내용들이 있었을 텐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 ▲ 테슬라 전기차. ⓒ뉴데일리 DB
    ▲ 테슬라 전기차. ⓒ뉴데일리 DB
    중국 최대 배터리 회사 CATL이 테슬라에 공급 중인 LFP(리튬·인산철)배터리의 향배도 관심사다.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인권유린과 환경문제 등이 커지면서 테슬라는 올해 초 CATL로부터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는 LFP 계열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 배터리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가 핵심 원료인 코발트를 제거한 '코발트 프리'로, 에너지밀도가 낮다보니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를 늘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다.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어 보급형 전기차 저변 확대에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CATL과 함께 개발하는 '100만마일(160만㎞) 배터리'도 이번 행사에 등장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수명(10만~20만마일)을 5~10배가량 늘린 '괴물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기술개발 단계상 일정 부분 완성에 가까워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긴 수명을 지닌 400Wh/㎏ 배터리를 3~4년 안에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밝힌 것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테슬라 모델3에 탑재되는 파나소닉2170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54% 가까이 높으며 LG화학이 제너럴모터스(GM)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배터리 얼티움보다는 약 100~120Wh/㎏ 높은 수준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당장 '게임 체인저' 수준의 발표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신기술 개발 현황이 나오면 LG화학 등 다른 업체도 테슬라의 방향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를 당장 양산할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테슬라가 파트너사와 협력한다는 발표도 함께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전기차 시장의 핵심은 배터리이며 테슬라는 그 핵심을 노리는 기술을 공개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려할 것 같다"면서 "다만 테슬라가 이번 행사에서 신기술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당장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CATL 등과 손잡고 협력 체제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배터리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배터리 자체 생산의 경우 양산과 적용을 위한 수율을 달성하기까지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적 여유가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테슬라의 배터리 공장이 가동되더라도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는 R&D 단계의 시제품을 언제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재로서는 배터리데이에 시제품을 소개하는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라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기 대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