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10개 3만37원·배추 1포기 1만1600원 차례상 비용 27만4768원… 전년比 5.3%↑높아진 가격 탓에 손님 '뚝'… "추석까지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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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추석 준비를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채소, 과일 가격이 너무 올랐네요"
추석(10월1일)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치솟은 채소가격에 추석 민심이 얼어붙었다. 올 여름 긴 집중호우에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예년에 비해 주요 채소, 과일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8일 기준 대표 과일인 홍로사과 10개 가격은 3만3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 급등했다. 배추 1포기는 1만1600원으로 전년보다 111% , 시금치(1㎏)는 1만9145원으로 지난해보다 32% 올랐다. 양파(1㎏)와 대파(1㎏) 역시 2246원, 422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34% 상승했다.
국산 채소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축·수산물 가격도 올랐다. 한우 등심(100g)은 1만2003원으로 11% 상승했고 돼지고기 삼겹살(100g)은 2322원으로 13% 올랐다. 계란 한 판(30개)도 전년보다 9% 상승했다.
이는 추석 차례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이달 10∼11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일반 슈퍼마켓, 전통시장 등 서울 시내 시장 및 유통업체 90곳에서 추석 제수용품 24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4인 기준 평균 구매 비용이 27만4768원으로 지난해 조사 때보다 5.3% 증가했다.
추석을 준비하는 김 씨는 "어느 가게에 가더라도 다들 폭염과 호우 탓에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말한다"면서 "꼼꼼히 가격을 비교하며 사고 있지만 장보기가 겁날 정도"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부 이 씨는 "전에는 10만원 들고 나가면 어느 정도 장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면서 "직접 만드는 것보단 사는 것이 저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상인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과일 상인은 "높아진 가격 탓에 오히려 손님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예전처럼 잔뜩 사가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문제는 식품가격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선식품지수도 7월 8.4% 올랐고 8월에는 15.8%로 2017년 1월(15.9%)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선식품지수란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한 값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년 추석 성수기 주요 농축산물의 출하 및 가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추석 성수기(17~30일) 농산물 출하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봄철 냉해로 과수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고, 여름에는 역대 최장기간에 걸쳐 장마가 이어져 주요 농산물의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사과와 배, 한우 등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 성수품의 수급 안정을 위해 명절 수요가 많은 10대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상시보다 1.3배 확대해 오는 16∼29일 2주간 총 8만8000톤을 공급한다. 추석 성수품 10대 품목은 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밤, 대추다. 하루 공급 계획은 보통 때 일일 5277톤이었던 것을 대책 기간 중에는 6895톤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