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출항·17일 해상서 인사발령…며칠뒤 귀항해수부 "월북 未확인·조사 협조" 당혹국방부 "北, 23일 상부지시로 총격후 시신 불태워"野 "제2의 박왕자 사건"…文 종전선언 발언 비판與 관련사안 보고받을 예정…파장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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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4일 A씨 실종·사망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한 우리 국민(A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 촉구한다"면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이날 A씨가 탔던 어업지도선(무궁화10호)이 대연평도 인근에 정박한뒤 해양경찰이 배에 올라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해경은 어업지도선내에서 A씨 개인소지품 등을 확보하고 직원과 가족 등을 상대로 A씨 신변에 관해 조사할 계획이다. 선내 폐쇄회로(CC)TV와 통신 등 행적 관련 사항도 중점 조사 대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경측과 긴밀히 협의해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려진 바로는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씨는 지난 21일 어업지도선에서 업무를 보던중 서해 소연평도 남쪽 2㎞ 해상에서 실종됐다. 어업지도선에서 A씨 실종을 해경에 신고한 시점은 이날 오후 12시50분쯤으로 확인됐다. 점심시간인 오전 11시30분쯤 A씨가 보이지 않자 함께 탄 선원들이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하다 선상에서 신발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실종된 A씨가 해상에서 북한군 단속정에 의해 피격됐고 시신도 해상에서 불에 태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 설명으로는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40분쯤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구명조끼를 입고 작은 부유물에 올라탄 A씨를 최초 발견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군 단속정이 A씨에게 사격을 가했고 방독면을 착용한 군인이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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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실종이 알려진 뒤 일부 언론을 통해 A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해수부는 월북 여부가 최종 확인된 게 아니어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알려진 바로는 정보 당국은 A씨가 북측 경계병에 의해 총격을 받고 숨졌고 시신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관련 방역 지침에 따라 불살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접경 지역 접근자에 대해 사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A씨는 결혼해서 자녀 2명을 둔 상태로 평소 근태 등에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16일 목포항을 떠난 뒤 17일 인사발령이 나 연평어장 인근에서 무궁화10호로 배를 갈아탄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업지도선 선원 특성상 해상 근무 중 인사발령이 나기도 한다"며 "보통 한 번 (지도선을 타고) 나가면 여드레에서 열흘 뒤엔 돌아온다"고 말했다. 16일 출항했고 21일 실종됐으니 A씨가 가족의 품으로 복귀할 때까진 사나흘 정도가 남았던 상황인 셈이다. 해수부 다른 관계자는 "A씨 같은 어로직렬의 경우 인사가 나도 결국 어업지도선을 타게 되므로 큰 변화가 있는 게 아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A씨가 표류하던 중 조류에 휩쓸려 북측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A씨가 실종됐다는 소연평도 남쪽 지점에서 북방한계선(NLL)까지는 10㎞쯤 떨어져 있어 조류를 타더라도 이동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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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미국 현지시각 22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5차 유엔총회가 열린 가운데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게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무궁화10호가 해경에 A씨 실종신고를 한 건 21일 오후 12시50분쯤이다. 언론에서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A씨 실종과 사망, 월북 가능성 소식을 타전한 건 23일 늦은 오후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가 21일 북한 경계병에 의해 체포됐다가 하루 뒤인 22일 사살됐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정보 당국이 관련 내용을 언제 파악해 윗선에 보고했고 청와대의 상황 인지 시점이 언제였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방부는 A씨 실종 이튿날인 22일 오후 첩보를 통해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선 바로 문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은 달라진 게 없는데 문 대통령은 어제도 종전선언을 운운했다.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2008년) 박왕자씨(피격사망) 사건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게 없다"면서 "(우리 정부는) 국민이 피살당한 중대한 사건임에도 깜깜이로 모를 수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그동안 핫라인 등 소통채널은 허구였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한 대표직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진상을 파악한 뒤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관련 사안을 보고받기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제2의 박왕자 사건'이라며 공세를 펴자 사건의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