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서 원료 추출…환경오염 본격 대응롯데케미칼, 재생플라스틱 활용 화장품 용기 공급 SK케미칼-LG화학-코오롱도 재생 PET 기술 개발… 적용 박차
  • ▲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전사적으로 친환경 소재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소재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적용 범위를 늘리는 등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화장품·식품 용기에 적용 가능한 PCR(Post-Consumer Recycled) PP소재를 개발하고 화장품 용기제작업체들과 물성 테스트를 완료했다.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원료로 만든 뒤 가공을 거치는 식이다. 본격적인 공급 예정시기는 4분기부터다.

    롯데케미칼은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재생 플라스틱 원료 함유량을 30%, 50% 등으로 나눠 개발했다. 화장품·식품용기에 사용되는 만큼 국내 최초로 재생 PP 소재 관련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받았다.

    롯데케미칼 측은 "기존 재생 PET와 달리 PP의 경우 불순물이 더 많이 낄 수 있는 특성을 지녀 재활용 소재로 개발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최근 화장품 업계 전반에서 재생 용기 사용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시장 확대 기대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화장품 업계는 2025년까지 화장품 용기 등 포장재를 최대 100%까지 재생 원료로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화장품 용기 중 약 60%가 플라스틱 소재이며 이 중 30%는 PP다.

    아직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성숙되진 않았지만, 이 같은 최종 고객들의 변화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프로젝트 LOOP'를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재생 PP 외에도 폴리카보네이트(P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PET 등 소재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생 PET(R-PET)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재전시회 'K 2019'에서 R-PET를 통해 만든 에코백 등을 전시하며 이목을 끈 바 있다.

    이 소재는 폐 PET에서 단·장섬유를 뽑아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드는 기술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국내 한 소셜벤처와 해당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폐 PET에서 장섬유를 추출해 새 플라스틱과 비슷한 물성을 갖게 하는 소재를 만드는 것인 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운 편에 속한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R-PET 기술은 가방, 신발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폐 PET를 재활용하는 기술은 최근 국내 유화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이번 개발로 국내에서도 화장품 용기뿐만 아니라 식품용기, 기타 산업분야 등에서도 PCR-PP 소재를 적용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재생 플라스틱 소재 공급과 개발을 확대하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 ▲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서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서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폐플라스틱 문제는 전 세계 유화업계의 화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내년부터 모든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로만 생산하도록 규제를 강화했고, 이탈리아 등 일부는 재활용 소재 사용만을 강제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업체들의 재생 플라스틱 개발 및 적용 움직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샌드마켓 집계 결과 글로벌 PCR 플라스틱 시장은 지난해 77억달러에서 2024년 102억달러로 연 평균 약 6%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SK케미칼도 지난해 독일 'K 2019' 전시회에서 재생 PCR PET를 혼합한 브랜드 '에코트리아'를 공개하고 최근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코트리아 역시 화장품 용기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미국 FDA 승인을 받고 공급하고 있다.

    김응수 SK케미칼 코폴리에스터 사업부장은 "앞으로도 리사이클링 가능 소재, 원료를 함유한 소재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경우 이산화탄소 저감,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지속가능성 트렌드에 맞춰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공정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환경오염과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2024년까지 생분해성 고분자인 PBAT와 옥수수 성분의 PLA를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 역시 올해 재생 PET 관련 파일럿 설비를 투자하고 2023년 양산체제를 갖춰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 규제 강화로 전 세계적으로 재생 PET 수요가 늘면서 현재 새 플라스틱보다 30~40% 높은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업계의 이 같은 재생 플라스틱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 수거 및 처리 생태계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PCR 플라스틱은 기계적 리사이클링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최종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버린 폐플라스틱을 회수하고 이를 분쇄해 알갱이 단위의 원료인 '펠릿(Pellet)' 형태로 만든다.

    이어 해당 펠릿을 세작한 뒤 비중 차이를 이용해 선별·분리작업을 진행한다. 선별 공정에서는 원심분리, 적외선 분광법 등이 활용된다. 이 같이 분리된 PCR 재료들은 품질이 낮기 때문에 기존 원료와 적당한 비율(20~50%)로 혼합하면 비로소 PCR 플라스틱 소재로 재탄생하게 된다.

    여러 소재가 혼합된 상태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리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분쇄할 때 최대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PCR 원료와 새로운 원료를 혼합해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단계에서도 여러 물성 저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이나 식품 용기 등에 사용되는 재생 PET의 경우 투명하고 깨끗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깨끗한 수거가 안 돼 전반적으로 품질이 좋지 않아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 원료인 폐 PET를 수입하는 상황"이라며 "폐플라스틱 수거 등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국내 업체들의 재생 플라스틱 사업도 한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전히 영세한 재활용업체,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폐플라스틱의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활용 정책 개선은 물론, 화학업체들과 재활용 관련 중소 협력업체간의 협업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상반기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5.1%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비대면 소비활동 증가로 제품 포장 등에 쓰이는 폐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