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회피 의혹 ‘고유목적사업준비금’… R&D 사업비도 거론될 듯8일 국감 증인,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윤동섭 연세의료원장·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연수 병원장 증인 채택 이유는 의료전달체계 방향 등 의견 청취 목적
  • ▲ (좌측부터)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병원 제공
    ▲ (좌측부터)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병원 제공
    올해 국정감사에서 소위 ‘대형병원’의 회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병원운영 비자금으로 불리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료발전준비금)’의 불투명한 쓰임새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조 단위의 의료수익이 발생하고 병상은 물론 각종 건물은 매년 늘어나는데, 적자에 시달리는 듯한 회계장부의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주요 이유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대학병원은 조세감면 혜택을 받으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살림을 꾸리고 있다.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닌 사립대학병원 전반적인 모습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타 병원 대비 규모가 큰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타깃이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2020년 국정감사 증인으로 빅5병원장 중 3명을 불러세웠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같은당 신현영 의원이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을 호출했다. 

    국내 상위권 대형병원으로 분류되는 3곳의 병원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질타의 대상이 되지만, 서울대병원은 국내 의료체계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을 내릴 것으로 판단된다. 

    ◆ 왜곡된 병원회계 원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의료법인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해묵은 논쟁이다. 현행법상 의료기관 법인 수익금의 50%까지 쌓아둘 수 있다. 인구 30만명 이하 시·군, 대학병원 미소재지에는 80%까지 적립할 수 있다.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수억에서 수천억까지 쌓아둔 이 적립금은 5년 안에 건물 신축 등 목적사업으로 활용하면 세액 감면혜택이 부여된다. 

    일례로 당기손익계산서 상 연세의료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3511억원, 삼성서울병원의 의료발전준비금은 261억원 수준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과다 계상해 경영이익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사립대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지만, 자체 감사로 마무리되는 수준이다. 

    5일 고영인 의원실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관련 문제를 증인으로 출석할 병원장들에게 세세하게 질의할 것이다. 애초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복지부가 의료기관 회계감사보고서 받아 관련 내용을 점검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 사립대병원이 벗어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병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뿐만 아니라 ‘R&D 사업비’ 책정 등에서 있어서도 의혹이 있다는 것이 의원실이 설명이다. 

    국회에서 사립대병원의 회계 문제를 낱낱이 수면 위로 올리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타깃은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됐다. 

    현재 윤동섭 연세의료원장과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출석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외 별도의 회계 문제가 거론될 예정이지만, 해당 병원들은 의원실로부터 구체적 질의 내용 등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 서울대병원, 전달체계 등 방향성 진단 

    물론 서울대병원도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논란이 존재한다. 과거 수백억 적립금 문제를 두고 노사갈등이 불거진 사례도 있었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해당 논란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190억원이다. 

    그러나 신현영 의원이 김연수 병원장을 국감장에 부른 이유는 의료전달체계, 상급종합병원 역할론에 대해 질의를 하기 위해서다. 

    관련 내용은 김연수 병원장이 지난해 취임 후부터 강조한 ‘공공의료 강화’ 및 ‘병원간 과열경쟁 억제’ 등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김 병원장은 일련의 토론회 등에서 “지난 40년간 선진 의료를 이뤘지만, 과도한 경쟁 등으로 국민이 원하지 않는 현실에 도달했다. 앞으로 40년은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 발전을 선도하는 4차 병원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 4차병원은 기존 1~3차 병원의 기준을 넘어선 상위개념으로 국가중앙병원 역할과 동시에 공공의료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의미다.  

    서울대병원 역시 타 병원과 동일하게 외래진료에 집중했었지만 희귀, 난치질환 중심의 입원 진료를 강화하고 의료 공공성 강화, 지역·중소병원과의 환자중심 의료공유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신현영 의원실은 “김연수 병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국내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위한 숙제와 방향성에 대한 진단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