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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활동을 한 실업자에게 주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1조1663억원으로, 다섯달 연속으로 1조원을 웃돌았다. 누적 지급액은 9조원에 육박해 사상 처음 10조원 돌파가 눈앞에 다가왔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0만명대로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 본격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정부의 청년·노인 일자리사업 재개가 만들어낸 거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은 13개월 연속으로 가입자가 줄었다.
12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행정 통계로 본 9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6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고용보험제도 도입(1995년) 이후 처음으로 지급액이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다섯달 연속 1조원을 넘었다.
지급액은 매달 신기록을 갈아치우다 지난 8월 1조974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지난달 다시 반등했다. 1~9월 누적액은 8조9857억원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총지급액인 8조913억원을 넘어섰다. 다음 달이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총 69만8000명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53만6000명을 시작으로 7월 73만1000명까지 증가세가 이어지던 실업급여 수급자는 8월 70만5000명, 지난달 69만8000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만4000명과 비교하면 57.2% 증가했다. 신규 신청자는 9만9000명이다. 1년 전보다 2만8000명(39.4%) 늘었다. 8월보다 9000명 더 많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신규 신청자 중에선 제조업(1만6700명)과 도·소매(1만3400명), 건설업(1만1800명), 숙박·음식(1만200명), 사업서비스(9200명), 보건·복지(8700명) 등에서 주로 신청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는 신규 신청자 증가도 영향을 미쳤으나 지급기간 연장과 수혜금액 증가 등 보장성 확대가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세는 그만큼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부의 고용통계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영세자영업자와 프리랜서, 건설일용직 노동자, 보험설계사와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는 통계에서 빠졌다. -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412만8000명이다. 지난해보다 33만7000명(2.4%) 증가했다. 지난해 50만명대 고공행진을 하다가 지난 5월에는 15만5000명까지 떨어졌다. 6월부터 회복세를 보인다. 30만명대 증가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이전인 2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은 가입자가 늘고 제조업은 줄었다. 서비스업은 지난달 974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만4000명(4.0%) 증가했다. 서비스업 중 공공행정(18만1000명)과 보건복지(10만5000명), 전문과학기술(5만2000명)이 증가를 견인했다. 코로나19로 지연됐던 정부의 재정일자리사업이 비대면·야외작업을 중심으로 재개된 데 따른 효과다.
반면 호텔·음식점업 등 숙박·음식업분야(-1만3000명)와 여행업을 포함한 사업서비스업(-1만4000명)은 줄어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졌다. 도·소매업도 증가 폭이 4000명에 그쳤다. 1년 전(5만1000명)과 비교하면 7.8%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은 가입자 수가 35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5만1000명(1.4%)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은 7월 6만5000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9만9500명) 이후 최대를 기록한 후 8월(6만3000명)부터 둔화하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의약품(4000명)과 섬유(2000명)에서 늘었지만, 전자통신(-1만명)과 자동차(-9000명)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의 해운 재건 목표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발주가 이어지면서 가입자가 늘던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도 지난달 5200명이 줄면서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소 조선사의 불황과 업계 구조조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하는 데다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여서 당분간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나이별로 증감을 보면 40대(5만4000명)와 50대(12만3000명), 60대 이상(23만2000명)에서 늘었다. 재정을 투입하는 노인 일자리 재개가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29세 이하(-2만2000명)와 30대(-5만명)는 감소했다.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연기로 청년 취업 문이 막힌 탓으로 풀이된다. 다만 젊은 층 가입자 감소 폭은 8월과 비교하면 29세 이하는 3만7000명, 30대는 2000명 각각 개선됐다. 청년 디지털일자리 사업 등 정부 일자리사업의 영향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