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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고용 쇼크가 계속되는 가운데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다가 재취업에 성공한 비율이 뜻밖에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늘어난데다 혈세를 투입하는 재정일자리 사업 확대, 일자리 기근에 따른 '묻지마' 지원·취업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15~2020년 실업급여 수급중 재취업률'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수급중 재취업률은 29.3%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수혜자 142만9000명중 수급종료자는 85만8000명이었고 이 가운데 재취업자는 25만2000명이었다. 수급중 재취업률은 2015년 31.9%, 2016년 31.1%, 2017년 29.9%, 2018년 28.9%, 지난해 25.8%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말 기준으로 올해 재취업률은 지난 2017년 실적에 가깝게 급반등했다.
아직 올 4분기 실적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수급중 재취업률이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 관계자는 "4분기에 분모에 해당하는 실업급여 수급 종료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경기상황도 재취업률에 영향을 주므로 남은 기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그러나 올 고용시장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이미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9월 취업자는 2701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만2000명(-1.4%) 줄었다. 지난 3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실업자는 100만명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3.6%,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3.5%로 1년전보다 각각 0.5%p, 2.7%p 올랐다.
앞선 12일 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는 9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16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고용보험제도 도입(1995년) 이후 처음으로 지급액이 1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5개월 연속 1조원을 넘었다. -
고용 참사에도 수급중 재취업률이 급반등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정부정책으로 실업급여 지급요건 등이 변경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수준과 지급기간 등을 확대했다. 지급기간은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렸다. 수급중 재취업률은 수급중 재취업자를 수급 종료자수로 나눈다. 지급기간이 늘면 분모에 해당하는 수급 종료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재취업률이 오를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가령 지난해 8월의 경우 수급 종료자는 28만6000명인데 비해 올 8월은 22만3000명으로 6만3000명이 더 적다"며 "지급기간이 늘어나면서 수급 종료자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가뭄에 따른 묻지마 취업과 정부의 재정일자리사업 확대도 수급중 재취업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천안고용복지플러스센터 관계자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활동했다는 입증자료를 가져와야 한다. (코로나19로) 사람 뽑는 곳이 없다 보니 면접관 도장받아 오는 것도 쉽잖은 상황"이라며 "취업문이 좁아지다 보니 어떻게든 취업하려는 구직자가 많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적성, 급여수준 등을 저울질했다면 요즘은 찬밥 더운밥 따질 여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천안고용센터의 다른 관계자는 "시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독이나 체온측정, 전산업무 보조 등 재정일자리사업을 많이 벌인다"면서 "해당 업무가 보름에서 한달쯤 되는 단기·계약직 일자리라도 경력을 쌓기 위해 재취업 신고를 했다가 나중에 실업급여 신청을 다시 하는 (젊은)구직자가 적잖다"고 밝혔다.
정부의 각종 고용관련 지원금도 재취업률 상승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른 노무법인 권형하 공인노무사는 "기존에 200만원을 주던 회사에서 고용지원금 등을 받고서 250만원에 사람을 뽑는다면 구직조건이 좋아진 것이므로 재취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 일자리지원사업이 당장은 반짝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약발이 떨어지면 고용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