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강원·전주 공장 '하이트' 라인서 '테라' 생산유흥시장서도 '하이트' 대신 '테라' 선호 현상 이어져일각에서 단종설도… "브랜드 노후화에도 상징성 커"
  • ▲ ⓒ하이트진로 CI
    ▲ ⓒ하이트진로 CI
    하이트진로 ‘레귤러 맥주’ 부문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2019년생 테라가 1993년생 하이트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서다. 테라의 흥행과 하이트의 부진이 서로 상쇄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하이트’ 단종 시점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여름 성수기(7~8월) 하이트진로 강원·전주공장에서는 ‘하이트’ 가동 라인에서 상시적으로 ‘테라’ 맥주를 생산했다. ‘테라’의 주문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하이트’의 생산 일정을 조율해가며 ‘테라’를 생산한 것이다.

    테라의 인기에 하이트를 생산하는 강원공장과 전주공장의 평균 가동률 역시 2배가량 신장했다. 강원·전주공장의 올 상반기(1월1일~6월30일) 평균 가동률은 38.6%에서 77.6%로 늘었다. 공장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강원공장은 27.5%, 전주공장은 40% 가까이 평균 가동률을 늘렸다. 평균 가동률은 생산실적을 생산능력으로 나눈 값이다.

    매출 역시 상승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1월1일~6월30일) 3296억304만원에서 3946억1463만원으로 19.7%가량 상승했다. 하이트진로의 전체 매출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35.34%다.

    실제로 올여름 성수기 기간 ‘테라’는 종로·강남·홍대 등 서울·수도권 일대 업소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 반면, 하이트는 팔리지 않아 자사 제품 간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류 도매상 관계자는 “테라가 잘 팔리는 만큼, 하이트 판매가 부진하자 주류 도매상 사이에는 테라가 자사 제품을 밀어낸다는 얘기가 돌면서 하이트 단종설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증권가 역시 올해 주류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했지만, 하이트진로는 테라 판매 호조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라 판매량이 약 200% 증가함에 따라 레귤러 맥주 매출이 약 20% 늘었고, 테라 비중이 부문 매출의 약 60%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때 하이트진로의 매출을 이끌던 하이트가 그만큼 힘을 잃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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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일각에서는 이미 ‘하이트’ 브랜드의 수명이 다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여러 차례 리뉴얼을 진행했음에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테라가 출시될 때는 하이트 브랜드룰 단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이트는 2010년까지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업계 1위 맥주 브랜드였다. 하지만 2011년 카스와 선두를 바꾼 이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와 ‘테라’는 레귤러 맥주에다가 출고가도 355㎖캔 1238원·500㎖병 1146원으로 같다.

    업계는 하이트진로가 쉽게 ‘하이트’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년 2위였던 회사를 업계 선두로 만들어 준 데다 회사 이름까지 ‘하이트’로 바꾸게 만든 상징적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그간 알콜 도수를 변경하거나 페일라거·올뉴하이트·엑스트라콜드 등을 내세운 브랜드 리뉴얼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오성택 마케팅 담당 상무 역시 지난해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하이트 브랜드의 단종 가능성에 대해 “브랜드 정리계획은 철저히 시장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밝힌 만큼 단종 시점은 향후 수년 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하이트는 사명과도 같은 브랜드인 만큼 상징성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소비자에게 사랑 받은 브랜드인 만큼 하이트를 찾는 꾸준한 고정층이 있을 것이다. 천천히 찾는 소비자들이 없어짐에 따라 단종 시기는 5년이든 10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수도권 일대에서는 테라가 인기가 높지만, 지방에서는 아직 하이트 수요가 높다. 테라 인기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시장이 바뀌는 과정으로 현재로서 하이트의 단종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