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은행 대손비용 55%↑…해외은행 127% 급증적절한 코로나19 대응, 양호한 거시환경에 기인 잠재 부실 현실화 지연 속 경기 침체 지속 걸림돌내년 3월 이자상환 유예 종료시 부실 본격화 우려
  •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여파로 은행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의 대손비용이 해외은행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거나 내년 3월 코로나19 관련 대출 조치가 끝나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은행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기업, 농협 등 6개 은행의 올해 상반기 평균 대손비용 증가율은 작년 상반기 대비 55.7% 증가했다.

    은행 평균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작년 상반기 3억2000만 달러에서 올 상반기 5억 달러로 소폭 증가에 그친 탓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주요 은행의 평균 대손비용 증가율은 127.9% 급증했다. 

    해외은행의 평균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작년 상반기 16억 달러에서 올 상반기 36억5000만 달러로 두 배가량 늘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자산건전성 악화로 현저히 늘어났다.

    국내 은행의 대손비용이 양호한 것은 해외 주요국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고, 양호한 거시환경과 각종 재난지원금 및 고용유지지원금 등 적절한 코로나19 대응,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자산건전선 분류기준 유지 등이 뒷받침했다.

    이러한 효과로 은행 자산건전성이 표면상으로는 나빠지지 않고 있어 상반기 대손비용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악화된 거시전망으로 인한 전반적인 대출채권의 기대신용손실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은행의 잠재 부실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중은행의 잠재 부실은 양호한 거시환경과 장기적인 저금리 추세, 코로나19 관련 지원으로 연체 등 손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경기 침체 지속으로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내년 3월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잠재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리스크 익스포져가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잠재 부실 리스크가 누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은 평균 4.2%로, 해외 은행 증가율(3.3%)보다 비교적 높은 편이다. 6개 은행 중 내부등급법 신규 적용으로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한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6.2%로 더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잠재 부실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리스크 요인 점검을 강화하고 충분한 자본 완충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권흥진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건전성마저 크게 훼손되면 신용공급 축소로 인해 경기회복이 지연되거나 경기 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잠재 부실 리스크가 발현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여신군을 식별해야 한다"며 "취약한 여신군에 대해서는 프리워크아웃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