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금융위, 내달 공사보험연계법 논의과정서 안건 올릴 듯십여년간 쳇바퀴, 표준약관 개정으로 정부 환급금은 지급대상서 제외 복지부, “제도 취지 부합하는 형태로 법 개정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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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중증질환자의 과다한 의료비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본인부담상한제’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분위별로 일정금액 이상의 의료비를 초과하면 건강보험에서 환급해주는 제도인데, 민간보험사가 이를 제외한 채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애초에 제도가 만들어진 목적 자체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는데, 민간보험 영역에서 지난 2009년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이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했다. 벌써 십년이 지난 해묵은 과제다. 그동안 본인부담상한제의 기능은 축소된 상황에서 방치됐다.

    공적보험과 사적보험의 역할은 구분된 상태로 이 문제를 푸는 절차와 방법은 다소 복잡하다. 이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시간은 꽤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공사보험연계법 개정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본지가 정부 관계자 등에 확인한 결과, 내달 중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공사보험연계법 개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갖는다. 관련 안건 중 하나로 본인부담상한제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미지급 관련 건에 대한 지속적인 환자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칙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민간보험사의 약관 중 ‘건보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약관에 정한 기준에 보상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실손의료비보험은 ‘이득금지 원칙’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본인부담상한제로 환급받은 본인부담금은 약관상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또 보험업계는 2009년 10월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법령에 따라 사전 또는 사후환급이 가능한 금액’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바로 이 표준약관 개정이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금을 미지급해도 된다는 지침으로 지난 십여 년간 활용됐다. 

    결국 내달 복지부와 금융위의 논의과정에서 이 표준약관을 조정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될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암이나 희귀질환으로 의료비 부담이 큰 국민을 경제적 위기에서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본인부담상한제다. 그 취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간 사적보험에 개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공사보험연계법을 통해 해결방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금융위와 논의해 논란이 됐던 부분에서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도의 취지 역행하는 ‘환급금 지급보류’

    그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던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돌아갔다. 

    일례로 A씨(60대, 여성)는 폐암환자로 저소득층에 속하는 소득분위 2분위였다. 모 보험사에 약 100만원을 청구를 했지만 건보공단에서 환급금이 나올 예정이라며 지급을 보류했다. 

    그러나 환급금은 50여만원이 나왔고 보험사는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사망했고 현재 유가족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보험사는 본인부담상한제는 사후 환급이 가능하므로 미지급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소송이나 민원 사례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백만원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저소득층이 겪는 의료비 부담을 더 덜어주겠다는 취지의 제도와 달리 오히려 환자와 민간보험사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표준약관 개정이 있었던 2009년 10월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에게는 환급금과 별도로 보험금 지급이 타당하다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있긴 했지만, 그 이후 가입자를 위한 구제책이 발동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더는 방치되면 안 된다. 정부도 인식하고 있듯이 본인부담상한제는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난적 의료복지지원제도이지, 중복보상하는 보험금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보험사는 제도상의 맹점을 이용해 보험약관을 개정해 배를 불리고 있었다. 환자의 억울함을 쌓아 거대한 이득을 편취했다. 제도를 만든 정부가 이를 신속히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건보공단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공적보험과 사적보험이 연계된 복잡한 영역으로 복지부와 금융위의 실질적 개선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