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잇따라 체험형 매장 열어… MZ세대 관심 끌기 '성공'지속가능 소통공간 활용 위해 '트렌드 따라 잡기' 필수적일회성 방문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 콘텐츠 개발 고민
  • ▲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체험형 매장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최근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으나 체험형 매장이 지속가능한 소통 공간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는 게 필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늦은 저녁, 강남역 대로변을 걷다가 LG유플러스의 '틈'을 반견했다. 1층 정문부터 2층까지 연결된 통유리에 형형색색 빛이 반사되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곳을 향했다. "와, 이게 뭐야" 하는 감탄사가 육성으로 들릴 만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 ▲ '일상비일상의틈' 2층에 마련된 대형 LED 디스플레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일상비일상의틈' 2층에 마련된 대형 LED 디스플레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다양한 콘텐츠가 호기심 자극하지만 재방문은 '글쎄'

    "궁금해서 들어와 봤는데, 크게 볼 것도 없고 다시 올 거 같진 않아요"

    하지만 막상 사람들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약속 전 시간을 떼우려 이곳을 방문한 한 20대 후반 남성 고객은 체험형 매장을 나오면서 이렇게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양한 콘텐츠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재방문을 이끄는 요소는 부족한 것이다.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은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7개층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 전시장과 이벤트홀, 카페, 독립서점, 사진스튜디오 등으로 꾸며졌는데, 콘텐츠는 모두 외부 브랜드의 것이다. 일방적으로 회사 콘텐츠를 채우는 대신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을 채택했다.

    이 때문인지 LG유플러스의 특색이 드러나는 곳은 5층의 체험하는 공간 뿐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도 이곳이 유일했다. 2층에는 강원도 해변풍경과 서퍼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대형 LED 디스플레이가 마련돼 있지만, 적막한 바닷가의 모습만 비춰질 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에다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관람객들도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2층에 있는 고성 해변의 핫플레이스 카페 '글라스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바닷가를 감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SK텔레콤의 'T팩토리'.ⓒ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SK텔레콤의 'T팩토리'.ⓒ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이틀 후 찾은 SK텔레콤의 'T팩토리'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1층의 대형 게임 컨트롤러를 비롯해 클라우드 게임, V컬러링 등 구독형 서비스를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1층과 2층 사이에 MZ 세대를 공략해 조성된 '팩토리 가든(Factory Garden)'에서 휴식을 즐기는 고객은 아무도 없었다. 2층의 체험존에만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 역시 대부분 몇가지 체험을 한 뒤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T팩토리는 SK텔레콤이 홍대 거리에 선보인 복합 체험 공간으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업계 최초 24시간 무인 구매존(Zone)인 '티팩토리 24' 등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앞서 KT도 가로수길에 있는 KT 플라자를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으로 개편했다. KT 플래그십 매장은 일반 KT 플라자와 달리 상품 가입이나 상담 용무가 없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해 KT의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KT 측은 이 매장의 특징이 '넷플릭스 팝업존'에 있다고 강조했으나 관련 콘텐츠는 부족해 보였다. 넷플릭스 영화 '키싱부스2'의 포토존을 마련한 것이 전부였다. 또 포토존은 매장 밖에 마련돼 있어 KT 서비스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다. 
  • ▲ KT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에 마련된 '넷플릭스 팝업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KT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에 마련된 '넷플릭스 팝업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체험형 공간 한계 극복해야… 트렌드 따라잡기 '숙제'

    이동통신사들의 고민도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잡느냐에 있다. 체험형 공간을 통해 다양한 문화체험 콘텐츠를 선보이며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체험형 공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신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빠르게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 필수인데, 제약도 많다. 매장 전체를 리뉴얼하는 비용과 시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뉴얼하는 동안에는 공사로 인해 매장 문도 닫을 수밖에 없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체험형 매장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1년만 지나도 오래된 느낌밖에 나지 않는다"면서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고, 대대적인 공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리뉴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통신사들이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틈' 전용 앱을 론칭해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을 돕는 한편,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엄청난 임대료에도 수익성이 없는 만큼, 체험형 매장이 고객 성향을 파악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런 체험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관심사나 성향을 파악해야 어떤 콘텐츠를 강화할지 알수 있다"면서 "이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체험형 콘텐츠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 'T팩토리'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팩토리 가든'.ⓒ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T팩토리'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팩토리 가든'.ⓒ뉴데일리 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