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약 9100곳 참여신청, 탈락 없이 대부분 적용될 듯 급여기준 ‘1곳당 하루 4명 제한’, 재정 여건 여력 고려한 조치범의료계 “안전성·유효성 입증 불가”… 의협발(發) 고강도 압박 수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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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오늘(19일) 그동안 비공개에 부쳤던 시범사업 수행 방침과 참여기관을 목록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첩약의 건강보험 진입을 숙원과제로 삼았던 한의계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약계의 첨예한 갈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계의 조율점을 찾지 못해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현시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자체를 논의하는 절차를 밟기엔 시간이 너무 지났고, 우선 제도는 시행된다. 이로 인해 보건의약계 내부적으로 감정이 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가장 먼저 결집해야 할 의료인들과 보건당국의 갈등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구안와사 등 3항목 대상… 年 500억 재정투입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보건의료정책 최고 심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의결했다. 한의 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을 덜고 안전성·유효성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첩약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질환은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 월경(생리)통이다.17일 발표를 시작으로 시범사업은 3년간 진행된다. 연간 최대 500억원의 건보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환자 1명당 1년에 한 번, 10일 치 첩약만 적용한다. 우선 한의원만 적용되고, 한방병원은 2022년 적용하기로 했다.진찰비 포함 총 10만8760원~15만880원(10일분 20첩 기준)의 수가가 형성됐다. 환자 1인당 연간 최대 10일까지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 5만1700원~7만2700원에 치료용 첩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다.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약 분야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대비 낮은 수준으로 보장범위 확대를 통해 의료비 부담 경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첩약은 그간 비급여로 본인 부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규모는 꾸준히 상승했다”며 시범사업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어 “수가는 진료의 고유특성을 고려해 검사, 진단, 처방 복약, 조제, 탕전 등 행위 소요시간을 반영했다. 약제비는 질환별 상환 범위 내에서 실제 처방되어 사용한 약재의 실거래가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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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 약 9100곳 신청… ‘1곳당 하루 4명 제한’복지부는 11월 첫째 주(11월 2~8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모집공고를 올렸다.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신청을 받았는데, 총 9100여곳의 한의원이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2019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한의원은 약 1만4400곳으로 집계돼 전체의 60%를 훌쩍 넘는 상당수가 시범사업 기관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통상 시범사업은 투입되는 재정의 문제로 참여하는 기관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건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신청기관은 전부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그간 한의계와 정부가 논의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과정에서 핵심은 한의원 1곳당 몇 명의 환자를 건강보험 급여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었다.유력한 기준은 ‘1곳 당 하루에 4명까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달은 30건, 연간 300건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이와 관련 한의계 고위 관계자는 “아쉬운 기준이다. 제한을 많이 두고 있어 활발한 첩약 처방이 내리기에는 부족하지만, 재정적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정부와 논의한 기준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유효성’ 미검증 논란… 대정부 투쟁 빌미되나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안전성·유효성’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약사회(대약)를 포함 시범사업을 반대하는 여러 단체는 정부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곧바로 첩약의 한계점인 이 부분을 강조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한의계를 제외한 타 직역이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것은 의약품과 같이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없고 특정 질환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전이 모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구체적으로 성분의 표시 및 함량 등 표준화된 규격이 없는 것은 물론 원산지 표시 조차 안 된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급여화 이전에 이러한 논란을 없애야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18일 “정부가 그간 전문가 논의도 없이 결정한 첩약 급여화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모른다. 발표 내용을 검토한 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병원계 고위 관계자 역시 “시범사업 강행의 순간에 직면했지만,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미연에 막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강도 높은 투쟁으로 국민이 마루타가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결국 19일 정오 복지부 발표를 기점으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는 상황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최대집 의협회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복지부가 9.4 의정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의정 합의가 파기되면 의협은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의료계 입장에서는 그간 논란이 됐던 의사국시 재응시 문제도 풀리지 않았는데, 첩약 급여화도 해결하지 못했다. 때문에 지난 여름처럼 파업 등 극단적 투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한편 한의계의 반응은 침착하다. 한의계 고위 관계자는 “안전한 시설에서 첩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수백 번 강조하고 입증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안전하게 치료목적의 첩약을 복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그는 “타 직역에서 지적하는 유효성 문제는 시범사업 기간 3년 동안 검증하면 된다. 특정 질환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등 세부적 사항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첩약 급여화는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