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과 별개로 지자체 권한 막강… ‘계륵’된 500억 추경예산 아동병원협회 “일부 보건소서 클리닉 신청 거부” 질타 흔한 ‘발열 증상’ 때문에 병원 전전하는 영유아 보호자 ‘난민 신세’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가운데 ‘영유아·아동 진료체계’가 엉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이 때에는 일교차가 크고 겨울철로 접어들면 기침이나 콧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동네의원에서 선별진료소로, 선별진료소는 다시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보니 소위 ‘골든 타임’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A씨는 미취학 아동인 아이가 고열과 발진이 일어났는데도 주변 병원에서 핑퐁게임을 하는 바람에 결국 구로구 소재 아동병원에 이동해 가와사키병을 진단받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가와사키병은 신속한 치료를 하지 못하면 심혈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거주 B씨 역시 고열을 앓고 있는 아이를 제때에 진료를 받지 못했다. 선별진료소를 전전하다 아동병원을 방문해 다행히 안정을 찾았다. 3차 유행이 확산되면서 영유아 및 아동에게 흔한 기침이나 콧물 발열 문제가 진료를 보기 어려운 장애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인식했고 다각적 대응체계를 꾸리고자 했는데,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 올 연말까지 전국 500곳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는데,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보건복지부 집계자료(25일 17시 기준)에 따르면,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전국 총 84곳이 운영 중이다. 이 중 24곳이 보건소로 조사됐고, 일반병원은 60곳 수준에 머물렀다. 목표치의 16.8%만 달성한 것이다. 

    애초에 병원급 이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클리닉을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유인 기전은 충분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종합병원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실제 복지부는 코로나19 추경예산을 승인받아 기관당 1억원, 총 500억원을 호흡기전담클리닉 시설(이동형 음압기, 이동형 방사선촬영기, 산소발생기, 혈압계. 체온계, 산소포화도측정기) 지원금을 확보해 각 지자체에서 집행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지원금 대비 감염관리 시설을 갖추는 것이 어렵고, 오히려 코로나19와 확진자와 연계될 가능성이 커 대다수 의료기관 자체에서 이를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동병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 환절기를 거쳐 겨울로 진입하는 시기에 영유아 및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 130여 아동병원 중 약 80곳이 클리닉 전환을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호흡기전담클리닉 신청 거부당한 아동병원  

    물론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영유아나 아동을 대상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에 따른 호흡기환자 진료공백을 없애고 의심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다른 환자와 의료기관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타 의료기관에서 외면하는 상황 속 아동병원이 참여를 원하는데도 거절당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 일부 보건소에서 아동병원이 클리닉 신청 접수를 해도 보류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대한아동병원협회 측은 “일부 보건소에서 아동병원의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신청 건에 대해 거부 내지는 보류를 하고 있다. 조속한 승인을 통해 적절한 기여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지침과 별도로 지자체의 왜곡된 결정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할당된 예산을 자체 클리닉 구축에만 쓴 지자체가 있고, 설치 기준을 과도하게 설정해 진입장벽을 높여버린 사례도 있었다. 

    복지부의 사업지침 상 500억원의 예산은 클리닉 설치 지원금으로 쓰일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계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은 “모두가 외면하는 상황 속 참여하겠다는데도 모른 척 하는 것은 코로나19 대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호흡기환자가 대부분인 아동병원이 환자의 치료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껶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본격화돼 관련 사례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동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 승인이 신속히 이뤄져 영유아 및 아동 고열 환자의 보호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