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금법으로 지급결제 감독권한 확보 움직임이주열 총재 "시스템 관리는 중앙은행 태생적 업무"노조 "금융위 업무 확장 욕심…고유 영역 빼앗으려해"법 개정시 금융통화위원회 권한 무력화 초래 '지적'
  • 문재인 정권 말 지급결제업무를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지급결제 감독권한을 가지려는 금융위의 움직임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노사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운영·관리는 중앙은행의 고유 영역"이라며 "과도한 규제일뿐만 아니라 시스템에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금융위는 빅테크·핀테크 업체 간 거래뿐만 아니라 업체 내부거래까지 모두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는 방안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금융회사 간 자금이체를 청산하는 기관으로,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금융결제원 출범 이래 계속 관리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금융위에 청산기관 허가·취소, 시정명령, 기관과 임직원 징계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지급결제 청산기관으로 지정·감독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까지 지급결제시스템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과잉규제라고 지적한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급결제 운영·관리가 금융위의 감독대상이 되고, 지급결제제도 운영기관의 한은금융망 이용 여부를 승인하는 금통위 권한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한은은 우려하고 있다. 

    주요국 사례를 보면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내부거래까지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도록 하는 나라는 중국 외에는 없다. 

    이주열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를 비난했다. 공식 석상에서 한은 수장이 당국을 정면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총재는 "지급결제업무는 결제리스크 관리 및 유동성 지원이 핵심이므로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의 태생적인 업무"라며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독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빅테크의 결제행위 확대가 예상되면서 내부거래까지도 금융결제원 시스템으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저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노동조합도 이 총재의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김영근 노조위원장은 "지급결제청산기구를 금융위의 감독하에 두겠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를 빼앗는 것"이라며 "금융위가 업무 확장의 욕심을 접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의 이러한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한은법 개정 논의 당시 지급결제제도감독법 제정을 시도하면서 한은의 지급결제 기능 강화를 방해했다. 당시 국회에서 "지급결제 분야는 중앙은행의 영역"이라고 인정하면서 법 제정 시도가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중앙은행의 존재와 지급준비금을 중심으로 한 지급결제업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금융위가 지급결제 분야에서 감독기구임을 자처하는 건 세계적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도입을 발 빠르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지급결제 업무를 어떻게 총괄할 것인지 한은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위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며, 한은은 금융위의 최종안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