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 나선 엔테크족, 원‧엔 환율 상승전망에 '갈팡질팡'"미‧일 금리차 더 줄어도 급격한 엔화가치 상승 가능성 낮아""연말까지 950~960원 수준 전망… 투자매력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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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100엔당 900원을 밑돌던 원‧엔 환율이 지난달 960원대로 튀어 오르자 환차익을 노리는 움직임이 늘면서 엔화 예금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이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약 4년 만에 기준금리를 낮추며 '빅컷'을 단행한 뒤 연내 추가 인하까지 예고해 엔화값이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머지않아 100엔 당 1000원까지 오를 거란 기대들도 많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엔화 추가 매수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은 8월 말 기준 1조998억엔으로 전달(1조2112억엔) 대비 1114억엔 감소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 7월말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8월초 원‧엔 환율이 960원을 돌파하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 기조가 엇갈리면서 양국 금리차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특히 이달부터는 연준이 실제로 금리인하를 시작하면서 엔화 가치가 재차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연준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0.5%포인트)로 내렸고 새로운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0.5%포인트 추가인하를 예고했다.

    일부 대형은행들은 더 빠른 속도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더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은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지난 12일 “금리를 최소 1%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는 0.25%다.

    지난 7월과 8월 사이 100엔 당 100원 수준의 환차익을 경험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추가 매수에 대한 구미가 당길 만 한 상황이다. 

    외환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원‧엔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연말까지 950원에서 960원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100엔 당 1000원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했고 일본은 그간 낮았던 금리를 정상화하는 분위기지만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감은 이미 반영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경제 쇼크가 오지 않는 한 급격한 원‧엔 환율 상승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일 금리차가 줄어든다 해도 통화가치는 결국 성장성에 달렸다”면서 “일본의 성장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화값이 오르더라도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차익실현이 가능하다면 현 시점에서 매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 시중은행 PB(프라이빗뱅커)는 “현재 930원 수준인데 950원으로 오른다 해도 매도율과 매입율을 보면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엔화 투자의 매력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화를 매입하고 싶다면 상승하는 방향은 맞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분산차원에서 일부 들어가는 것은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