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29척 선석대기 중미주 구성비율 35%… HMM 초비상수출계약 따내도 보낼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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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급증한 해상운송 물량에 해운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컨테이너 박스가 부족해 선적이 어려운가 하면, 주요 수출국 항구가 꽉 차 며칠씩 대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폭증하는 수출물량 탓에 주요 해운기업의 정시성(定時性)이 떨어지고 있다. 세계 상위 14개 선사의 10월 정시성은 52.4%로 전월대비 3.6%p 하락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26.7%p나 떨어졌다.정시성이 떨어진데에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주요 항구과 꽉 차 체선(滯船)이 극심해진 탓이 크다. 미국 LA항이나 캐나다 벤쿠벙항에는 컨테이너를 내리려는 선박이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2일(현지시간) 현재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는 총 29척의 선박이 접안을 위해 외항이 대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방역 및 재택 필요물품 수요 증가로 미주 및 유럽항로의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은 항만 혼잡 상황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항만 체선 현상은 상대적으로 유럽이나 남미보다 북미와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때문에 대중·대미 수출량이 많은 한국 해운업계에는 타격이 작지 않다. HMM 관계자는 "HMM의 미주항로 구성비율은 35%로 글로벌 경쟁선사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라며 "하역대기에만 중국은 2~3일, 미국은 5~6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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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이 밀려들면서 해운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쏟아지는 물동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때문에 해상 운임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해상 운임의 척도인 상하인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7일 2048.27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했다.해외 글로벌 선사들은 고운임이 형성된 중국 화물 영업을 싣기 위해 부산 등 한국 항만을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곧바로 북미나 유럽으로 향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기업의 수출물동량 정체를 가중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해운업계는 선박마다 물량을 꽉꽉 채워 수송에 나서고 있다. 해운산업 분석기관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달 미운항 선박률은 1.4%에 불과했다. 수리 중인 배를 제외하면 가용가능한 모든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는 얘기다.해운대란의 가장 큰 피해는 국내 중소기업들이다. 장기 운송계약을 맺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배편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어렵게 비대면 영업으로 해외 수출계약을 따내도 계약일정을 지키지 못해 위약금을 무는 상황도 우려된다. 해수부 주도로 국내 해운기업들이 중소기업 물량 우선 처리에 나섰지만 워낙 물동량이 쏟아지는 통에 여의치 않다.HMM 관계자는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화주들을 위해 3분기부터 총 12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등 물동량 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 임시선박 5척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