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신임 대표, 앞으로 2년 HMM 지휘HMM, SK해운 인수로 선대 다양화 추진몸값 2조 제시 … 한앤컴과 이견차 커성장 구도 안정화·매각 성공 '최대 과제'
  • 최원혁 LX판토스 전 대표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 새 수장에 오르게 됐다. 최 대표가 첫 과제로 받아든 것은 SK해운 인수다. 이를 완수해 불확실성이 큰 해운업계에서 HMM의 사업 구도를 안정하고, 나아가 정부의 오랜 숙제인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26일 여의도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와 이정엽 HMM 컨테이너사업부문 부문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에서 최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한다.

    HMM 신임 대표로서 최 사장이 맡게 된 첫 과제는 SK해운 인수건이다. SK해운의 현 소유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SK해운 일부 사업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HMM을 선정했다.

    HMM은 이달 중순까지 실사를 진행, 이르면 4월 SK해운 인수 안건을 이사회에 올릴 예정이다. 다만 현재 SK해운 가격을 두고 매도·매수자 간 이견이 크고, 최 신임 대표의 취임 일정을 고려하면 인수합병(M&A)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해운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원유선 22척, 제품선 1척, 액화천연가스(LNG)선 12척, 액화석유가스(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선박에 LNG를 연료로 공급하는 선박) 7척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HMM은 LNG 사업부를 제외한 탱커선, LPG선, 벌크선 등 일부 사업부 인수만 인수를 추진 중이다. 2014년 현대상선 시절 LNG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겸업 금지 조항을 맺었었는데, 이 조항이 2029년까지 효력이 유지돼서다.

    HMM은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 시 현재 80% 이상인 컨테이너선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벌크선 사업 비중을 키워 시황 변동에 대한 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다. 2020년 1조원 규모이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4조원까지 급증, 투자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SK해운 매각가를 놓고 HMM과 한앤컴퍼니의 이견차가 크다는 점이 최대 난관으로 지목된다. SK해운 전체 기업가치는 4조원대로 평가된다. HMM은 LNG 사업부를 제외하고 2조원대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글로벌 선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컨테이너 외 탱커로 선대 확장이 필요하고, 물류와 항만 진출 등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SK해운 인수가 HMM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만, 현재 가격 등 여러 조건이 안 맞는 걸로 알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최 신임 대표가 SK해운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SK해운 인수로 HMM 몸집은 더 커져 새 주인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해운시황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HMM의 정부 지분은 산업은행 33.73%, 한국해양진흥공사 33.32% 등으로 총 67.05%에 이른다. 오는 4월 정부가 보유한 720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 36.02%, 해진공 35.67 등 정부 지분은 71.69%까지 확대된다.

    HMM의 현재 시가총액은 19조3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시총이 이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시 4월 이후 정부의 보유 지분가치는 14조원에 육박한다. 정부 지분 일부만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해상운임이 올 들어 급락세인 점도 변수로 꼽힌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78.99p 떨어진 1436.3을 기록했다. SCFI는 8주 연속 하락세로, 150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3년 12월 넷째 주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관세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물동량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해운시황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HMM 실적 둔화가 장기화한다면 민영화 작업도 더욱 지연될 수 있어 최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한편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최 신임 대표는 CJ대한통운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후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LX판토스를 이끈 물류 전문가다. 2019~2023년에는 한국통합물류협회장을 지냈다.

    앞서 HMM 채권단 인사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복수 후보자 대상 면접을 진행, 최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 사장 후보로 낙점했다. 위원회 추천 인사는 주총을 거치지만, 정부 지분율이 가결 정족수를 충족해 사실상 채권단 뜻에 따라 수장이 정해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HMM을 이끌어온 김경배 사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사장의 러닝메이트 격이던 박진기 부사장도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온다. 현대차그룹 출신인 김 사장은 HMM 매각을 이끌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으나 끝내 숙제를 풀지 못했다.

    최원혁 신임 대표는 주총에서 선임된 이후 2년간 HMM을 이끌게 된다. 이번에 사내이사에 오르는 이정엽 전무가 최 신임 대표의 조력자로서 HMM의 새로운 항해를 돕는다. 이 전무는 HMM 컨테이너기획본부장, 미주권역장을 거쳐 현재 컨테이너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해운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