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성별·기저질환·생체징후·피검사’ 기반 AI 알고리즘… 정확도 90% 이상효율적 병상공급 지표로 활용, 진단 후 곧바로 ‘중증도 예측’스마트병원 구축 일환 연구로 진행… 웨어러블 기기 활용 ‘실시간 분석’도 추진
  • ▲ 안찬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 안찬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일(8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등 고강도 방역대책을 내놓았다. 추가 확산을 방어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두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병상부족이다.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타 질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의료서비스도 막히게 된다. 소위 ‘의료붕괴’가 현실화된다. 이를 막기 위한 선결과제는 제한된 병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최근 본지는 안찬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연구분석팀 연구전문의)를 만나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코로나19 중증환자 예측 알고리즘’ 개발 현황에 대해 물었다. 

    그가 진행한 1차 연구는 코로나19 사망률을 확인하는 방법이었고 지난 10월 SCI급 등재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얼마 전에는 2차 연구를 마쳐 공식 논문 발표 이전 동료평가(Peer Review) 단계에 있다. 

    주목할 부분은 2차 연구(Early triage of patients diagnosed with COVID19 based on predicted prognosis: A Korean national cohort study)다. 효율적 병상공급이 가능한 지표인 ‘코로나19 중증환자 예측’이 정확도 90% 이상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2차 연구의 기반은 질병관리청에서 제공한 코로나19 입원환자 5596명의 데이터였다. 1차 연구보다 구체적 내용이 담겨있고, 이를 통해 어떤 확진자가 중증으로 변화하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확진자의 현재 조건을 바탕으로 산소치료가 필요할지,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지,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지 등을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된 것이다. 

    이는 총 5개의 예측모형을 기반으로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모델1: 나이, 성별, 증상 ▲모델2A: 나이, 성별, 증상, 기저질환 ▲모델2B: 나이, 성별, 증상, 생체징후 ▲모델3: 나이, 성별, 증상, 기저질환, 생체징후 ▲모델4: 기존 모든 조건에 피검사 추가 등으로 구분된다. 

    그는 “5개의 모델 모두 정확도는 모두 90%가 넘는다. 물론 모든 지표가 있을 때 정확도가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고 몇 개의 지표만 있더라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식 논문으로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2차 연구결과에서 코로나19는 역시 나이가 중증환자, 사망률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쳤다. 또 당뇨, 고혈압, 만성신장질환, 치매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 중증이 될 위험이 높았다. 

    증상 중에는 호흡곤란, 의식변화, 해열제 복용과 관계없이 고열이 있는 경우 위험했다. 인후통, 설사, 구토, 두통 등은 예후와 별 관계가 없었다. 피검사에서 빈혈, 백혈구 수치 상승, 림프구 또는 혈소판 감소 역시 중증으로 진행되는 확률이 높았다. 

    안 교수는 “올해 안으로 알고리즘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환자 분류과정에서 지금보다 세분화된 고위험군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효율적 병상가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병상부족 해결책, 효율적 확진자 배치 가능성↑ 

    정부가 수도권 2.5단계 격상을 결정한 지난 6일 기준 중증환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전국 55개(수도권 20개)에 불과하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에 긴급병상 30개를 설치하는 등 병상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일 신규확진자가 500~600명대로 지속될 경우, 일주일 후면 중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즉, 병상부족으로 중증환자를 치료할 공간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 안 교수의 연구는 의미가 크다. 중중환자로 변할 가능성이 큰 환자를 확진 초기에 선제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병상부족이라는 난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고 백신을 당장 쓸 수 없는데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는 확진자의 상황을 예측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예측 알고리즘이 정부, 지자체, 각 의료기관에서 활용된다면 효율적 병상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진단검사로 확진을 받을 때는 중증이 아니어도 위험인자가 있으면, 급격히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 여러 정보를 반영해 진단 당시의 상황이 아닌 치료 경과 중 예측되는 중증도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코로나19 중증환자 예측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정부로부터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지원 사업’에 선정돼 진행됐다. 이를 시작으로 병원은 감염병 관리체계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안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예후를 예측하고 적절한 의료시설로 전원하는 단계까지 개발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환자 분류 후 치료 상태에 있는 환자의 상황을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법까지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염병 스마트병원은 물리적 네트워크 구축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의료사물인터넷(IoMT)와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안전하고 효율적 감염병 대응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