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같이 자연스러워자율주행-도심항공-PBV 인지제어기술 접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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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인근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이곳에선 현대차가 이달 11일 인수한다고 밝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시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준비된 모델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 2015년 처음 공개한 '스팟(SPOT)'이다.
네 다리로 걷고, 장애물을 피하며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어 안내, 지원이 가능한 대표적인 이동형 로봇으로 불리고 있다.
스팟 후면에는 별도의 모듈을 장착할 수 있어 가스 누출 여부 등을 감지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이미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거나 가스, 석유, 전력 설비를 감시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가 연구개발용으로 2대만 보유하고 있다.
연세대 또한 국내 건설사와 함께 스팟을 건설현장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번 시연회는 연세대 측이 현대차의 시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스팟은 행사장 내 한 공간에서 다리가 다 구부러지고 몸체가 땅에 붙은 상태로 충전되고 있었다. 전체 크기는 일반적으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형견 수준이다.
이날 스팟에 대한 설명을 위해 참석한 현대차 문학범 매니저는 "완충이 되면 한시간 가량 작동된다"며 "무게는 30kg 정도며 가격은 7만5000불, 한화로 9000만~1억원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
이동을 위해 걷기 시작했다. 네발로 균형을 맞추며 사뿐사뿐 걸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영락없는 살아있는 개 같았다. 이게 진정 로봇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스팟의 인지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걸어가는 도중 정면에 의자를 설치했는데 가뿐히 피해갔다. 조정을 맡은 연세대 측은 전진만 명령했을 뿐 어떤 장애물이 있었단 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스팟이 계단 앞에 섰다. 계속해서 전진 버튼을 누르니 계단을 척척 오른다. 중간에 미끄러지는 일도 균형을 못잡아 뒤뚱거리는 일도 없다. 마치 눈이 달려 주위를 다 살필 수 있단 듯이 막힘없이 올라갔다.
문학범 매니저는 "계단에 맞춰 세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평범한 계단일 뿐이다. 스팟 스스로 계단임을 인지해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단한 이동 시연행사를 마친 뒤 스팟이 몸푸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살아있는 개와 마찬가지로 다리를 구부렸다 펴거나 앞뒤로 쭉 기지개를 켜는 동작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특히 두발을 뗀 상태에서 나머지 두발로 콩콩 점프하는 동작에선 로봇의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를 실감했다.
유튜브 등 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스팟은 걷고 있는 도중에 사람이 발로 차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다. 이날 마련된 스팟은 현대차의 소유물이 아니라 아쉽게도 이런 장면은 시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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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범 매니저는 "스팟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용화한 유일한 모델"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개인 소유가 가능하나 국내에선 배터리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아직은 어려운 단계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지제어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로봇개의 사물 인지능력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는 가하고 있는 현대차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에도 접목 가능해 시너지가 예상된다.
현대차 김준명 기술PR팀장은 "생산공정, 물류서비스 등 스마트팩토리의 소프트웨어 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가 향후 현대차가 로봇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