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문화 확산, LCD 수요 급증삼성·LG, 올해 마지막이던 'LCD 셧다운' 연장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전환' 가속페달
  • ▲ 광저우 OLED 패널공장 양산출하식. ⓒLG디스플레이
    ▲ 광저우 OLED 패널공장 양산출하식. ⓒLG디스플레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발(發) LCD 공급과잉으로 최근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부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글로벌 산업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며 디스플레이업계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문화 확산으로 TV 수요가 급증하면서 LCD 가격이 회복세로 전환, 디스플레이업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올해 국내 LCD 생산 철수를 결정하고 OLED 전환에 속도를 냈던 삼성과 LG는 제조사들의 패널 공급 요청에 내년까지 LCD 생산을 연장한다.

    ◆TV 수요 확대… 얼었던 LCD價 꿈틀

    코로나19 국면은 디스플레이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TV 시장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올 2분기까지 수요가 급감했지만, 3분기부터 대형 TV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패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 결과 올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6205만대로, 분기별 출하량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외출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TV 수요가 늘어난 데다 상반기 억눌렸던 수요가 하반기 들어 본격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또 OTT 등 고화질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TV 수요 증가에 긍정적 영향일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TV 수요 강세는 LCD 패널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LCD 가격은 올 7월부터 오르기 시작, 55인치 기준 110달러 수준에서 12월 상반월 기준 178달러로 증가했다.

    이같은 TV 수요와 LCD 패널가격 상승 효과가 맞물리면서 올해 예정됐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LCD 셧다운'도 내년으로 미뤄진다. TV 제조사들의 공급 요청이 잇따르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TV용 LCD 중단 계획을 연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 국내 TV용 LCD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LCD 패널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중국 쑤저우에 있는 LCD 공장을 정리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올 연말까지 국내 TV용 LCD 생산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진행된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CD 패널 생산 연장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LCD TV 물량을 줄인다는 기본 방향은 유지하면서 수급에 따른 유연한 운영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생산은 기존 설비와 가용한 인력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대응 중"이라면서 단기간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LCD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패널 업체들도 신규 공장 양산에 돌입하는 등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다.

    올 초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을 지연시켰던 BOE, CSOT 등 중국 패널업체들은 최근 LCD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10.5세대 라인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BOE는 자국 업체 CEC판다의 청두 8.6세대 및 난징 8.5세대 LCD 생산라인 등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LCD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 높인다. CSOT도 지난 8월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LCD 팹 지분을 인수했다.

    김현수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TV 및 IT 수요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 될 전망인 가운데 패널 가격 역시 연말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내년 상반기에는 중국 LCD 생산능력(CAPA) 증가를 감안하면 단기적인 패널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 삼성디스플레이 QD 설비 반입식. ⓒ삼성디스플레이
    ▲ 삼성디스플레이 QD 설비 반입식. ⓒ삼성디스플레이
    ◆삼성 'QD' 본궤도… 'P-OLED' 확대하는 LG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점하고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에 오는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의 방향을 기존 LCD에서 QD로 전환하고, QD를 기반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간다는 방침이다.

    QD 디스플레이는 빛이나 전류를 받으면 빛을 내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QD를 이용해 보다 풍부하고 정확하게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구조적으로도 유연해 폴더블 등 디자인 혁신도 가능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알려져 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초기 3만장 규모로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65인치 이상 초대형 QD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7월에는 'QD 설비 반입식'을 열며 8.5세대 증착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설비 셋업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등 TV 제조사에 시제품을 보내는 등 고객사 확보에도 총력을 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할 만큼 그룹에서 QD 디스플레이 사업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경쟁 심화로 인한 공급과잉 및 패널가격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사업화로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는 'QD 전환'에 무게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최주선 사장은 올해 1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QD 디스플레이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사장에 오른 3명 중 이종혁 부사장과 조성순 부사장은 QD사업화팀 소속이다.

    수년 전부터 대형 OLED 패널을 상용화 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대형 OLED 대세화 ▲P-OLED 사업 턴어라운드 ▲LCD 구조 혁신 가속화 등 3대 중점추진과제에 주력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부터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양산에 돌입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월 6만장 규모의 광저우 OLED 패널공장 양산으로 기존 파주에서 생산 중인 월 7만장 규모의 양산능력에 더해 월 13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광저우 OLED 공장은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갖춰 초대형 및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한층 유리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던 중소형 OLED 시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애플에 OLED 패널을 공급한데 이어 올해는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4배가량 늘면서 20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BOE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애플 신제품에 OLED 패널을 공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내년에 출시 예정인 '아이폰13(가칭)'에 대해 ​​BOE의 OLED 디스플레이 품질 인증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