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골목상권 죽을 맛… 3차 지원금 4兆 넘을 듯새해 벽두부터 추경 가능성… 韓 재정적자 선진국보다 적어전문가 "재정수지·나랏빚 악화속도 빨라… 건전성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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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풀어도 될까?'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3차 유행의 확산세가 무섭다. 정부가 새해 1월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한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주기식 재정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당분간 확장적 재정운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경제전문가들도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다. 다만 맹목적인 재정지출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부 선진국과의 단순비교를 통해 재정지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만9665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1078명으로 집계됐다. 닷새 연속 1000명선을 넘었다. 신규 확진자 규모는 3단계 범위(전국 800~10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에 들어왔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조만간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코로나19 재확산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발길이 끊긴 골목상권은 울상이다.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 1월로 당겨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새해 벽두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긴급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자며 임대료 직접 지원금을 더 얹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내년 본예산에 반영한 목적예비비가 지원금 규모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3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최소 4조원을 웃돌것이라는 관측이다.관건은 재정건전성이다. 지난 8일 재정당국이 펴낸 '월간 재정동향 12월호'를 보면 올 10월까지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9조원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조6000억원가량 적자 폭이 커졌다. 세금은 덜 걷히는데 씀씀이는 헤퍼진 탓이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더 심각하다. 90조6000억원 적자로 1년 전보다 45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적자의 2배에 달한다.쓸 돈은 많은데 수입이 줄어드니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10월말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812조9000억원이다. 한달새 12조6000억원, 1년 전보다 113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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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각에선 아직 한국이 외국보다 재정여력이 있고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걱정할때가 아니므로 전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일 발표한 '2020~2022년 세계경제전망'에서 앞으로의 재정 정책방향은 취약한 부분에 집중하되 긴급 재정지원이 갑자기 중단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완화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2%로 추산됐다. 선진국과 중국·인도 등을 포함한 42개 주요국중 노르웨이(1.3%), 덴마크(3.9%), 스웨덴(4.0%)에 이어 4번째로 작다. 영국(16.7%), 미국(15.4%), 스페인(11.7%), 일본(10.5%) 등 상당수 선진국은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지난 10월 IMF는 세계 각국 재정상황 관찰보고서에서 감세와 재정지출 등으로 말미암은 올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재정부양책 규모가 GDP의 3.5%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이에비해 뉴질랜드(19.5%), 싱가포르(16.1%) 등 주요 선진국의 평균 재정부양책 규모는 GDP의 9.3%쯤으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국내 경제전문가들도 미증유의 감염병 확산사태를 맞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문제는 나랏빚 증가속도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예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나랏빚은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1070조3000억원(50.9%)으로 불어난다. 올 2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재정수지도 빠르게 악화중이다. 지난 6월 OECD가 추정한 올해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는 GDP 대비 0.86% 흑자로 나타났다. 구조적 재정수지란 통합재정수지에서 경기 변동이나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일시적인 세입·세출 변화를 뺀 지표다. 불경기에는 세수가 줄고 지출은 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빼고 큰 틀에서 나라살림이가 어떤지를 보는 것이다. 미국(-6.54%), 일본(-3.44%), 영국(-2.54%)은 적자로 추정됐다. 독일(0.36%), 호주(1.3%), 그리스(3.77%)는 흑자를 보였다. 한국은 2018년 3.37%, 지난해 2.14%, 올해 0.86%로 흑자폭이 뚜렷한 감소세다. 악화 속도는 우려스럽다. 올해 추정치는 지난해보다 1.28%포인트(P) 하락했다. OECD 회원국중 그리스(2.21%p) 다음으로 빠르게 나빠졌다. 그리스는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가 -17.47%를 기록할 정도로 나랏돈을 흥청망청 썼고 결국 이듬해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적자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그동안 재정적자를 비교적 잘 관리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이 악화한 외국사례와 비교할때 최근 (한국의)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빠른 것도 사실"이라면서 "다른 나라보다 (재정부양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이전에 집계한 자료로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우리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고 사실상 '록다운'(봉쇄) 국면에 접어들면 재정 수요가 엄청 늘어날 것"이라며 "재정건정성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지금처럼 지출하면 재정건정성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적었다. 유럽, 미국처럼 전면적인 록다운이 이뤄진 상황이 아니었던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재정 투입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경제가 얼마나 어려우냐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지 적당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며 "(봉쇄령이 내려졌던) 유럽 등에서 재정 지출이 많으니 우리도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기준이 모호하다. (재정을) 더 푼다고 경제가 꼭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내수진작용 소비촉진 정책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돈을 얼마나 더 풀어서 수요를 진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재정을 풀거나 소비를 진작하는 전제조건은 (감염병) 팬데믹(범유행)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비가 되살아날 거라 (기대)하는 것은 백신 접종 등으로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며 "(반면) 우리는 백신으로 내년 3분기 이전에 팬데믹을 잡을 준비가 안돼서 소비진작 카드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