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 중"6개월 넘게 빈손… 산은 압박용 시각도
  •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 본사 ⓒ쌍용차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 본사 ⓒ쌍용차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다음 달 28일까지 새 주인에게 지분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문턱까지 내몰린 쌍용차가 이를 극적으로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실제 거래가 성사될 지부터 투자 규모, 대출 만기 연장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을 타진하는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4일 인도 비즈니스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화상 간담회에서 “쌍용차 지분 매각을 위해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 중”이라며 “다음 주 주요 조건 합의서(텀시트) 작업을 끝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의 시간이 남아 있고, 거래가 성사되면 상황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며 “쌍용차 지분을 30% 이하로 낮추고, 허용된 25%의 감자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고엔카 사장은 잠재적 투자자가 누구라고 밝히진 않았다. 미국 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이견을 좁힌 게 가장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석 달 넘게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연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국 기업이 외국에 투자한 주식을 매각할 때 감자를 허용하지 않는 인도 법제 때문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한 관계자는 “당시 마힌드라, HAAH 사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고엔카 사장 발언을 놓고 볼 때 인도 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마힌드라는 그동안 쌍용차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쌍용차 지분 74.7%를 보유한 마힌드라는 7000억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지분가치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쌍용차는 2017년부터 1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좀처럼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사정이 어려워진 마힌드라는 지난해 4월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돌연 철회하고 400억원만 투입했다. 같은 해 6월엔 “쌍용차 지배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포기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러한 기류 속에 마힌드라는 6개월 넘게 쌍용차 지분 매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협상이 난관에 막힌 상황에서 마힌드라의 압박 수위만 높아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아니시 샤 마힌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화상 간담회에서 “새 투자자가 쌍용차의 경영권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며 “만약 불발되면 법정관리를 밟을 것이고,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 대주주 지위를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쌍용차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마힌드라는 2011년부터 그동안 투자한 7000억원의 돈을 날리게 된다.

    대주주가 더 이상 경영을 못 한다고 밝힌 마당에 정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가 지원에 나서기에는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 새 투자자가 만기 연장 등을 조건으로 내걸 경우 채권단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쌍용차가 적자 고리를 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처한 상황을 볼 때 다음 달 말 결과가 나오기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법정관리 절차 개시를 보류하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허가받은 바 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2009년 이후 12년 만에 법정관리, 청산 사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