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2월 이후 318일 만에 50달러 회복코로나19 등 경기 침체 정제마진 부진 지속석유 수요 전망 하향 조정… "하반기는 돼야 반등"
  •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3분기 누적)한 정유업계가 올 상반기까지 고난의 시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백신 생산과 석유 감산 기대로 국제유가는 오르고 있지만, 집단면역 효과와 이를 통한 경기 회복이 실제 나타나야 비로소 먹구름이 걷혀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0.70달러 상승(1.40%)한 50.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 것은 2월24일 51.43달러 이후 318일 만이다.

    WTI 기준 유가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4월20일에는 마이너스(-37.63)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경기 침체로 20~30달러 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해 4분기가 돼서야 40달러 후반까지 올랐다. 여기에는 백신 출시 기대감과 난방유 수요 같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유가 반등에도 업계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12월5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8달러로, 12월2주 0.5달러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4달러를 마지막으로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2주(4.0달러)다. 47주간 손익분기점에 못 미친 것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2019년 10월 이후 14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4달러를 넘어본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 마진은 1.0달러에 불과하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사실상 밑지고 장사를 한 셈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회복 기대감을 선반영해 유가가 올랐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해 정제마진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백신이 더 많이 보급되고 면역 효과가 나온 뒤 정유사의 주요 수익 제품인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의 수요가 살아나야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는 돼야 석유 수요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인해 주요 국가들의 경제 활동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하반기 이후 석유제품 수요 및 정제마진 개선이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 해소, 수급 여건 및 마진 회복 시점과 개선 수준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지난해 수요 부진으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돌았다"며 "관련 기관들은 올해도 예년 수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정상 수준을 되찾고, 그동안 쌓인 석유 재고를 해결해야 정제마진 회복이 가능하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더라도 단기간 내 마진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 ▲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추이. ⓒ한국신용평가
    ▲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추이. ⓒ한국신용평가
    실제로 주요 에너지관련 기구들은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하루 1억배럴이 넘었던 글로벌 석유 수요는 지난해 2분기 8300만배럴까지 떨어졌다. 이후 회복세지만, 여전히 9000만배럴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IEA는 올해 석유 수요를 하루 9690만배럴 정도로 전망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도 올해 석유수요를 9589만배럴로 최근 내려잡았다.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격적으로 2~3월 하루 100만배럴씩 추가 감산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가 반짝 상승했지만, 이 현상이 오히려 석유 수요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의 감산 조치는 코로나가 빠르게 번지고 있는 아시아 등 전 세계의 올해 에너지 소비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정유4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도 저조하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직전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4사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에 힘입어 총 29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4분기에 재고이익 효과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다시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8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GS칼텍스도 3분기 흑자가 다시 꺾여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흑자 규모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영업손실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4사가 기록한 연간 누적 손실은 모두 4조8074억원으로, 4분기 실적까지 포함되면 총 적자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부진했던 수출·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경제활동이 회복되고 석유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나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