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중개사 아닌 매도인 직접 확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인정·현장의견 수렴에 업계 화색
  • 지난해 1인 시위를 불사하며 부동산 정책 비판 수위를 높이던 공인중개업계 불만이 다소 누그러졌다. 

    각종 규제로 집값 안정화를 자신하던 정부가 실패를 인정하고 한 발 물러서면서 분위기가 완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가 세입자 있는 주택 매매중개시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매도인에게 확인토록 하고 그 내용을 서류에 명시해야하는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내달 14일부터 시행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홍남기 방지법'으로 부른다. 지난해 8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월 의왕 아파트 매각계약을 체결했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집을 비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매매거래 성사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세입자가 다시 집을 비워주기로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례가 발생했고, 결국 정부는 임대차보호법 부작용을 막기위해 제도를 마련했다. 

    중개 거래를 담당하는 공인중개사의 역할을 기존보다 확대하는 방식이다. 중개업계는 작년 11월 정부가 처음 이 법안을 입법예고할 당시만 해도 비판 수위를 높이며 즉각 반발했다. 

    주택 매매 거래 중 세입자는 제3자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의 계약갱신청구권 의사 확인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 정부가 법까지 개정하며 중개인들에게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직접 확인토록하는 등 과도한 업무부담을 지운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장도 국회에서 1인 시위까지 나서며  '공인중개사법 시행 규칙 개정안'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장 의견 수렴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와 중개업계 사이 긴장감이 이어졌지만, 공인중개사법 시행 규칙 개정안이 베일을 벗으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제출된 서류를 기반으로 계약갱신청구권 여부를 확인하도록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즉, 임대인이 직접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 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이 내용을 담은 서류를 공인중개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이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고 중개거래에 명시하면 된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입법예고 당시만해도 공인중개사가 직접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이 담겨있어 업계 반발이 상당했다"며 "다행히 개정안 내 임대인과 세입자가 직접 합의하고, 이 내용을 중개사가 확인하도록해서 오히려 업계는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의 사례처럼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로 매매 거래를 체결시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거래가 불발되는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공급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점,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 실패를 인정한 점도 업계 반발을 가라앉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앞선 관계자는 "작년까지만해도 정부는 업계 의견을 무시하고 임대차2법을 강행하며 결국 전세난 심화, 매매가 상승을 초래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날선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