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진 KCC-몽익 KCC글라스-몽열 KCC건설정 명예회장 별세에도 승계 작업 잡음 없을 듯KCC-KCC글라스 지분 5%씩 남은 상속 문제 해법 필요
  • ▲ 故정상영 KCC 명예회장. ⓒKCC
    ▲ 故정상영 KCC 명예회장. ⓒKCC
    정상영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향년 86세)하면서 KCC그룹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정 명예회장 생전에 이미 세 아들의 사업 분야가 나뉘고 지배구조 개편이 큰 틀에서 마무리됐기 때문에 큰 잡음 없이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KCC그룹은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KCC를 통해 건자재·도료·실리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차남인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로 판유리·인테리어 사업을 영위 중이며 삼남인 정몽열 회장은 일찌감치 KCC건설을 경영하고 있다. 2세 모두 각자 사업을 맡아 '회장' 직함을 달았다.

    정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후계 구도를 정립해왔다.

    정 명예회장은 2004년 KCC 보유주식 중 일부인 77만3369주(7.35%)를 세 아들에게 분산 증여했고, 이 과정에서 정몽진 회장이 KCC의 최대 주주가 됐다. 정몽진 회장은 이후 꾸준히 KCC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8.55%로 끌어올렸다.

    정몽진 회장은 2000년 정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KCC그룹 경영 일선에 본격 나섰다. 차남 정몽익 회장은 KCC 내에서 유리와 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총괄해 형을 도왔다. 삼남인 정몽열 회장은 2005년부터 KCC건설을 독자 경영했다.

    KCC그룹의 계열분리는 2019년 시작됐다.

    2019년 7월 KCC는 KCC글라스 인적분할을 결정했고, 지난해 신설법인 KCC글라스가 출범했다. 국내 최대 판유리 회사인 KCC글라스는 KCC가 유리와 홈씨씨 인테리어, 바닥재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KCC글라스의 자산총계는 합병 당시 기준 1조6750억원 규모다.

    정몽진 회장 밑에서 KCC 대표이사를 맡던 정몽익 회장은 KCC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KCC글라스를 맡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9월 KCC글라스가 계열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와 합병하면서 두 형제 간 역할 분담은 마무리됐다.

    2000년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합작으로 세워진 코리아오토글라스는 현대차·기아 등에 납품하며 국내 자동차 유리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알짜 회사로 꼽힌다. 자동차 안전유리를 비롯해 콘크리트 파일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합병으로 KCC글라스의 최대 주주였던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16.37%에서 8.56%로 낮아지고, 정몽익 회장의 지분율은 8.80%에서 19.49%로 높아지면서 최대 주주가 정몽진 회장에서 정몽익 회장으로 변경됐다.

    KCC 수석부회장이던 정몽익 회장이 사실상 독립하면서 형제간 '교통정리'도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기존 KCC는 실리콘, 도료, 소재에 집중하고 KCC글라스는 유리, 인테리어 중심의 종합 유리 사업자를 지향한다.

    2005년부터 KCC건설을 맡아온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의 2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2016년 KCC건설 보유 지분 전량을 정몽열 회장에게 증여했다.

    재계에서는 삼형제가 각각 독립된 사업 분야를 맡고 있는 만큼 KCC그룹의 계열 분리는 순탄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현대그룹을 둘러싼 '왕자의 난'을 겪었던 터라 이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리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 1988년 여주공장 1호기 화입식에 참석한 故정주영 명예회장(좌)과 故정상영 명예회장. ⓒ연합뉴스
    ▲ 1988년 여주공장 1호기 화입식에 참석한 故정주영 명예회장(좌)과 故정상영 명예회장. ⓒ연합뉴스
    다만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속 문제와 그룹 내 계열사 지분 정리 문제가 남아있다. 3분기 말 기준 KCC 지분 5.05%와 KCC글라스 지분 5.41%다.

    현재 정몽진 회장과 정몽열 회장은 서로 보유하고 있는 KCC와 KCC글라스 지분을 교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정몽익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CC 지분을 통해 KCC건설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최대 주주가 아닌 정몽열 회장이 KCC(5.28%)와 KCC글라스(2.76%) 보유 지분을 활용해 KCC건설 최대 주주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정 명예회장은 생전 '왕회장'으로 불린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정 명예회장은 평소 존경하는 인물로 큰형인 정주영 명예회장을 꼽았을 뿐만 아니라 말투와 행동, 외모까지 비슷해 생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리기도 했다. 21살 터울의 큰형인 정주영 명예회장에 남다른 존경심을 가지며 아버지처럼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永)'자 항렬의 현대가 창업 1세대 중 마지막으로 타계해 현대가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현대가 경영권은 '몽(夢)'자 돌림 2세대에서 '선(宣)'자 돌림 3세대로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1936년 강원 통천군 출신으로, 국내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여년을 경영일선에 몸담았다.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1958년 슬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창업했다. 맏형인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오롯이 스스로 일어서는 길을 택했다.

    안으로 튼튼한 회사로 키우고, 밖으로는 산업보국을 실천한다는 창업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 안정과 변화를 양축으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업 확장을 이뤄왔다.

    1974년에는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사업에 진출했으며 1989년에는 건설사업 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을 키워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나, 코로나19 상황과 유족의 뜻에 따라 출입이 제한됐다. 발인은 3일 오전 9시다. 장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선영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