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비메모리 제품 공급부족 시달려스마트폰-TV 등 고부가 제품에 반도체 몰리며 수급대란 야기증설 나서도 최대 1년 시간 필요… 시장 선점 기대감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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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화두에 오르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생산 증대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익성이 낮은데다 증설에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완성차 업계의 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수요는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대응 마련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에 자동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 증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포드는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지난달 켄터키주 루이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장의 문을 닫았고, 폴크스바겐은 글로벌 생산 거점의 자동차 생산 감축에 돌입했다. 여기에 다임러와 토요타, 닛산 등도 반도체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각국 정부까지 나서 반도체 수급에 나서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당장 생산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없이 공급부족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빚어진 원인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차량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스마트폰, PC, TV 등에 우선 공급한 이유가 크다. 일반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는 약 200~300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반도체들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제어반도체(PMIC) 등이 대표적인데 대부분 비메모리 제품이다.

    반도체 회사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8인치 웨이퍼 반도체의 부가가치가 12인치 웨이퍼 반도체보다 낮고, 그동안 완성차 수요도 정체기였기 때문에 제조설비 증설에 소극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마진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유인이 적어 공급계획 상 후순위로 둘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 외로 빠르게 올라오면서 공급 부족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는 차량용 반도체의 추가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TSMC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자동차 기업고객들과 협업해 가장 중요한 핵심부품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위해 생산능력을 재조정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응에도 공급과잉 현상을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증설에 나서도 생산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이 그간 고부가제품으로 몰리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동차용의 비중은 줄여 수급상황의 불균형이 이뤄진 것"이라며 "증설 등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성차 업계의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독일의 인피니언과 네덜란드의 NXP Semiconductors, 일본의 르네사스, 미국의 TI, 스위스의 ST Microelectronics 등이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나 파운드리 시장과 같이 뚜렷한 선두권 업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경우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이에 차량당 반도체 사용금액도 증가가 점쳐진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약 5%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향후 5년간 증가율은 연간 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의 친환경화·전장화가 가속화되면서 자동차 내 전장시스템의 채택비중이 상승함에 따라 차량당 반도체 소요량도 동반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에는 반도체 사용금액이 92% 증가하고, 자율주행 단계별로는 기존 2단계자율주행에서 2.5단계 이상으로 올라갈 때 85% 증가하며, 4단계 이상으로 올라가면 추가적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중에 D램보다 낸드플래시 수요가 더욱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