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국적사 HJNC '부산 신항 통합' 반대외국계부터 단계별 통합… "선통합 시 물량 이탈 불가피""단계별 아닌 일괄 통합으로 공정성 가져야"
  • ▲ 24일 부산항만공사 앞에서 집회 중인 HJNC 직원들 ⓒ HJNC
    ▲ 24일 부산항만공사 앞에서 집회 중인 HJNC 직원들 ⓒ HJNC
    부산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신항 운영사 통합 관련 잡음이 거세다. 통합 작업이 해외 업체에게 유리해 유일한 국적사인 한진 계열 HJNC가 물동량 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다. HJNC는 단계별로 계획한 통합을 2023년 중 일괄적으로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초부터 3단계에 걸쳐 신항 운영사 통합 작업을 진행한다. 올 상반기에는 1부두와 4부두, 다목적 부두 운영사를 통합할 예정이다. 공사는 작업 시간 단축 등 업무상 효율을 위해 7개 운영사를 4곳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부산 신항 내 유일 국적사인 HJNC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외국계 업체가 우선하는 단계별 통합 시 자사 물동량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공사는 1단계로 1부두(PNIT)-다목적부두(BNMT)-4부두(HPNT)를 통합한다. 1부두는 싱가포르 PSA가 대주주다. 맞은편에 위치한 4부두는 PSA와 국적 선사 HMM이 지분 5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 ▲ 부산신항 운영사 통합 계획 관련 그래픽 자료 ⓒ 김수정 그래픽 기자
    ▲ 부산신항 운영사 통합 계획 관련 그래픽 자료 ⓒ 김수정 그래픽 기자
    공사는 통합 대가로 PSA 측 임대료를 1년간 15% 감면해준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1부두와 4부두 사이에 위치한 중소 선박용 터미널 운영권도 함께 부여할 계획이다.

    PSA는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 유치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임대료 감면 혜택을 활용해 유리한 조건을 제시 중이다. 디얼라이언스는 기존 사용 중이던 2부두 계약이 다음 달 종료된다. PSA와 디얼라이언스는 5년 이상의 임대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얼라이언스가 이용하던 2부두는 6개 선석을 보유한 대형 시설이다. 직선형 배열로 타 부두보다 작업이 효율적이어서 대형화주가 선호한다. 2부두는 두바이계 디피월드가 운영 중이며, 공석 발생 시 대형 해운동맹 2M(머스크·MSC)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2M은 HJNC가 운영하는 3부두와 1부두에 물량을 나눠 처리 중이다. HJNC의 2M 의존도는 상당히 크다. 2M 이탈 시 연 처리 물량 295만TEU(지난해 기준) 중 100만TEU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 시 연간 15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HJNC는 단계별 진행이 아닌 일괄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신항 서측 부두(2-5단계, 3개 선석)가 개장하는 2023년에 맞춰 진행하라는 요구다. HJNC는 외국계 업체 중심의 선통합 시 물량 이탈로 자사가 고사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HJNC 소속 직원들은 전날 부산항만공사 앞에서 관련 집회를 가졌다. 단계별 통합을 백지화 하라는 주장이다. HJNC에는 약 4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역 시민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외국계 업체로의 물동량 이탈로 국적사가 파산하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는 앞선 ‘한진해운 사태’를 언급하며 공사의 운영사 통합 방향을 전면 대수정할 것을 요구 중이다.

    중소 선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공사 측이 PSA에 통합 대가로 함께 부여하는 중소 선박 터미널 운영권 관련 이야기다. 

    1부두와 4부두 사이에 위치한 다목적부두(소형 터미널)는 중소선사 전용으로 지어졌다. 업계는 PSA가 영업권을 획득할 경우 대형 화주를 우선 유치해, 중소 선사의 터미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항만공사가 중소 국적선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목적부두를 건설한지 3~4년 만에 관련 정책을 결정해 유감”이라며 “단계별 통합 강행 시 지역 항만, 물류산업에 큰 연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