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유통그룹 롯데-신세계 경쟁유통업계 라이벌, 과거 인수전에서 견제와 기습 전적도 다양경쟁사가 기회 얻으면 그만큼 시장 빼앗겨…수 싸움 벌어질 듯
  •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마주한다면, 교묘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가 유력한 롯데-신세계그룹에 대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단순한 경쟁사 이상의 관계다. 그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명운을 두고 다퉈온 맞수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SK텔레콤,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의 후보도 거론되지만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롯데-신세계의 라이벌 구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이날 마감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예비입찰에 각각 참여할 전망이다. 

    사업적인 배경은 충분하다. 롯데그룹은 통합몰인 롯데온(ON)을 지난해 론칭한 이후 온라인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숙제가 있고,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오픈마켓 진출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은 사업적 시너지 이상의 의미도 적지 않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복합몰 등의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의 특성상 경쟁사의 인수 성공은 단순히 시너지를 놓치는 것 이상으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롯데-신세계그룹의 인수전에서 다양한 전략이 등장했던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은 이런 양사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수전에 막판까지 참여 의사를 밝혔던 신세계그룹은 롯데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인수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공공연하게 “금호터미널에 광주신세계가 입점해 있어 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롯데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도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을 정도.

    앞선 2012년에는 롯데그룹이 롯데하이마트(당시 하이마트) 인수전에 뛰어들자 신세계그룹도 전자랜드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롯데그룹이 인수전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인수의향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전자랜드 인수 의향이 크지 않았음에도 하이마트의 가격을 높여 롯데그룹의 인수를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했다.

    지난 2009년에는 롯데그룹이 인수 협상 중인 파주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그룹이 웃돈을 주고 신속하게 사들이면서 갈등을 빚는가 하면 2012년에는 인천터미널 인수전에 신세계와 인천시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롯데가 인수에 성공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문 닫게 한 사례도 있다. 2014년에는 롯데그룹이 신세계가 몇 해에 걸쳐 공을 들여왔던 경기도 의왕 쇼핑몰 부지를 한발 앞서 높은 가격을 주고 사들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단순한 경쟁관계 이상으로 한쪽이 잘되면 그만큼 자기의 시장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단 인수전에 한발을 걸쳐두고 경쟁사의 인수 의지 파악과 실익을 계산하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양사의 인수 의향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기에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최소 5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도 주효했다. 현재 롯데쇼핑이나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단독으로 인수하기에 부담이 상당하다. 실사과정에서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사업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인수전 참여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