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상공회의소 중재 2차 청문회 15~19일 진행 마무리두산인프라, 대법원 FI 패소로 파기환송시켜 사실상 승소검찰, 안진회계법인 회계사·FI 임원들 기소해 새 국면교보생명, 금융당국과 한국회계사회 등에 진정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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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간 풋옵션 분쟁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2차 청문회가 끝나면서 최종 중재에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업계에서 닮은꼴로 평가되는 두산인프라코어 소송과 안진회계법인 검찰 기소가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의 ICC 중재 2차 청문회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화상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피력했고, ICC 중재 결과는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ICC 결정에 두 가지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두산인프라코어와 재무적 투자자간 중국법인 관련 소송이 눈길을 끈다.

    2011년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 PE, IMM PE, 하나금융투자 PE 등 FI(재무적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3년 내에 기업공개(IPO)를 적극 추진하는 조건으로 투자유치가 이뤄졌다.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두산인프라코어가 해당 지분을 재매입하거나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시장 악화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상장 계획을 미뤘고, FI들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2015년 보유지분 매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의 소송이 발생했다.

    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사 자료를 비롯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매각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당초 목표수익률 연 15% 복리로 계산한 약 7000억원에 두산인프라코어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20%를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연 이자까지 추가하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수자에 대한 실체가 정확하지 않았고, 무리한 조건을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고, 매각 이후에 중국에서 사업을 안하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1심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매매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원고(FI들) 패소로 판결했고, 2심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매각 불발에 대한 일부 책임을 인정해 FI들이 요구한 매매대금 140억원 중 1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올해 1월 진행된 대법원 3심 판결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FI들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성취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두산인프라코어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교보생명 사건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12년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에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 중이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신창재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신 회장에게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로 풋옵션이 주어졌다. IPO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2018년 10월 어피니티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평가한 주가 가치(40만9000원)를 기준으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매입금액의 2배 정도인 2조122억원에 신 회장이 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은 가격 책정을 문제삼았다. 주가 가치가 너무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풋옵션 행사가격이 행사일인 2018년 10월 기준으로 책정돼야 하는데, 주요 보험사들의 주가가 높았던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평균 주가로 책정됐다는 것이다.

    즉, 교보생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통점은 IPO를 전제로 한 재무적 투자자들과 풋옵션이 맺어졌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교보생명의 경우 신창재 회장 개인이 주체인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회사간 계약이라는 점이다. 특히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대한 적정성 문제가 쟁점인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 무산의 책임이 어느쪽에 있느냐가 쟁점이다.

    풋옵션(Put option)은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장래의 특정한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으로 사실상 두산인프라코어 손을 들어주면서 교보생명 사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검찰에 제출된 모든 증거자료는 투자자가 국제 중재에 제출한 것이고, ICC에서 새로운 증거를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어서 중재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국내에서 진행될 소송이다.

    교보생명은 자사 임원 2명을 포함,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FI 임원들에게 기소 결정을 내렸다.

    즉, ICC 중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에서도 검찰 기소에 따른 재판 진행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얘기다.

    국내 판결이 교보생명에 유리하게 날 경우 ICC 중재도 무게추가 옮겨질 수 있기에 교보생명도 전사 차원에서 신 회장 구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교보생명이 주가가치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적극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부정을 공모한 안진회계법인에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도 안진회계법인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며 압박하고 있다.